내일의 눈
‘갑질의혹’ 후보자와 청년세대의 '공정'
청년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 중 하나는 ‘공정함’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더 치열한 경쟁 속에 자라온 청년들에게 공정은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과 같은 말이다. ‘패자부활전’이 거의 없는 사회에서 그들은 아주 작은 불공정함도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느껴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청년세대의 반대가 큰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 9년을 거치면서 적대적 대북정책 전개와 통일교육 부족으로 청년세대들이 남북 단일팀에 반대한다고 분석했지만 이는 잘못 짚은 것이었다.
청년세대는 정치·사상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의 기회가 뺏기는 것에 불공정함을 느껴 단일팀 구성에 반대했다.
청년세대가 예민하게 바라보는 ‘불공정 이슈’가 권력 관계에서 나타나는 형태가 바로 ‘갑질’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첫 내각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마친 가운데 일부 후보자들이 청년세대의 민감 이슈인 ‘갑질 의혹’을 받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개인 쓰레기 분리 배출, 자택 변기 수리 등 사적인 업무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다른 의원실에 비해 보좌진의 잦은 교체 사실은 강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있는 보좌진들은 생사여탈권을 쥔 의원의 무리한 지시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연구 윤리 위반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논문 표절 의혹 외에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를 받아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대학원 내에 지도교수와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학생들을 상기시키고 있다.
두 후보자들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했다. 14일 강선우 후보자의 청문회가 진행되고 16일에는 이진숙 후보자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과연 이들이 국민들, 특히 청년세대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20대 긍정평가는 47%로, 전체 지지율 63%에 비해 낮았다. 이재명정부는 청년담당관직을 신설하는 등 청년세대를 끌어안으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만약 갑질 논란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 없이 후보자들을 그대로 임명한다면 청년세대의 마음을 얻기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