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구리시장 관세 여파로 대혼란
미국 쏠림 현상에 글로벌 공급난 ··· 트레이더들 최대 차익실현할 역사적 기회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라피구라, 머큐리아, 글렌코어, IXM 등 주요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들은 연초부터 미국과 글로벌 가격 간 차이를 노리고 구리 수입을 대폭 늘렸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와 런던금속거래소(LME) 간 가격 차이는 최근 28%를 기록했고, 일시적으로 톤당 3000달러 가까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가격 괴리로 트레이더들은 단 한 번의 거래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는 공급업체에 톤당 100달러의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선적을 확보한 뒤, 미국으로의 운송·보험 비용을 감안해도 1000달러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다.
문제는 이처럼 수익을 좇은 구리 물량이 한꺼번에 미국으로 몰리면서 세계 시장의 균형이 깨졌다는 점이다. 현재 수십만톤의 구리가 미국 항만에 몰리면서 미 남부 해안의 부두에는 창고에 다 들어가지 못한 구리가 야적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구리 보관 기지인 뉴올리언스는 세계 구리 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은 재고 부족에 직면해 있다. LME의 구리 현물 계약은 지난달 내내 공급 압박에 시달렸다.
트라피구라와 머큐리아는 각각 약 20만톤, 글렌코어와 IXM은 약 10만톤 안팎의 구리를 미국으로 수송했다. 뉴올리언스 항은 미국 내 최대 COMEX 인도 가능 창고 밀집 지역으로, 이곳에만 9만톤 이상의 구리가 입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구리 재고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반대로 글로벌 시장은 재고가 급감하면서 LME 현물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COMEX와 LME 간 스프레드가 이례적으로 벌어지면서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를 활용해 추가 수익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구리에 50% 관세가 부과되며, 전선과 배관 등 반가공 제품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가격 격차는 이론상 톤당 5000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부 선적물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세 시한이 임박하면서 시장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미국 내 수요는 포화 상태이고,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은 가격 상승과 수입 감소로 재고 부족을 겪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차익실현을 하며 이른바 ‘세기의 거래’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