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국방부장관 보증 전엔 불가”

2025-07-14 13:00:03 게재

미 상원, 국방수권법 수정 예산 제한 빠져 감축 가능성

미국 상원이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 국방장관의 ‘국익 보증’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며 법안을 수정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에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거론되는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상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해당 수정안을 찬성 26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위원회가 공개한 요약본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한반도에서의 미국 군사 태세 축소나 연합사령부에 대한 전작권 전환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국방장관이 의회에 보증하기 전까지 그러한 조치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합참의장, 인도태평양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관련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안보 위협을 독립적으로 평가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의 국방수권법과 유사한 구조지만 중요한 차이도 존재한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2021 회계연도 법안은 주한미군 규모를 약 2만8500명으로 명시하고, 국방수권법 예산을 감축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예산 사용 금지는 감축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제어 장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에서는 예산 관련 제한은 빠진 채 국방장관의 보증 요건만 남았다.

미국 육군 병력과 장갑차들이 6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육군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 중 메모리얼 브리지를 건너고 있다. AFP=연합뉴스
따라서 국방장관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보증을 제공하면 주한미군 감축이 가능해진다. 이런 구조는 감축을 막기보다는 오히려 문을 열어두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수정안이 “형식적 제한에 불과하다”거나 “감축의 제도적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지난해 말 통과된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병력 유지와 동맹 강화를 중심으로 주한미군 관련 정책을 정리했다.

해당 법안은 “한국에 배치된 약 2만8500명의 미군 병력 유지”와 “모든 방어 역량을 동원한 확장억제 제공”을 명시하며 감축보다는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은 없었지만 병력 수를 직접 명시함으로써 의회의 동맹 중시 기조를 반영했다.

이번 수정안에 대해 상원이 공개한 것은 전체 법안이 아닌 요약본이다. 따라서 병력 수가 법안에 명시되었는지, 혹은 감축을 위한 예산 사용이 제한되는 조항이 실제로 빠졌는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과거보다 감축 가능성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방수권법은 미 국방부의 정책 방향과 예산 지출을 결정하는 연례 입법이다. 상원과 하원이 각각 통과시킨 버전을 바탕으로 최종 단일안을 조율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상원 수정안이 그대로 최종 법안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 주한미군 관련 미국 의회의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 하원의 대응과 단일안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한반도 안보에 있어 주한미군은 단순한 병력 숫자를 넘어선 전략적 억지의 핵심으로 자주 거론된다. 따라서 이번 법안의 변화가 한미간 동맹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보 구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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