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이른둥이들의 눈 이야기

2025-07-14 13:00:04 게재

출생체중이 500그램도 채 되지 않는 극소저체중미숙아가 집중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퇴원한다는 반가운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른둥이를 돌보는 우리나라 의료진 및 집중치료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한 덕분일 것이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서 확인된 우리나라 의 미숙아 출생 빈도는 9.2%, 저체중출생아의 빈도는 7.2%였다. 고령 임신에 따른 조산과 다태아 출생이 점차 높아지면서 미숙아의 출생 빈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미숙아들의 생존율 또한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미숙아 레지스트리인 한국신생아네트워크 보고에 따르면 1000그램 미만 초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은 2007년 62.7%에서 2015년 72.8%로 개선되었고, 1500그램 미만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 또한 2007년 83.2%에서 2020년 89.3%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미숙아로 세상에 일찍 태어난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아주시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신체 기관이 온전하게 다 형성되지 못한 채 태어난 미숙아는 모체 자궁내에서의 환경과는 다른 험난한 외부환경에서 생존을 위하여 여러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야 한다. 특히 출생 시 임신기간이 짧을수록, 출생체중이 작을수록 여러 합병증이 동반하는 빈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미숙아망막병증”이 미숙아에서 피할 수 없는 합병증 중의 하나다.

피할 수 없는 망막병증

망막의 혈관은 태생기 4개월부터 약40주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형성되는데, 출생 시 망막의 혈관이 부분적으로만 형성된 미숙아에서 출생 후 혈관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비정상적인 섬유혈관증식이 생겨 망막출혈, 망막박리, 심지어는 실명까지 초래될 수 있다.

재태연령과 출생체중이 작을수록 미숙아망막병증의 발생률도 높고 병기의 정도와 진행 속도도 더욱 빠르다. 출생체중이 1250그램 미만, 재태기간이 27주 미만이면 미숙아망막병증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지는데, 신생아학이 발달하면서 극소저출생체중아의 생존율이 과거에 비해서 월등히 좋아졌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므로 시력을 위협하는 고위험 미숙아망막병증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숙아망막병증에 대한 검진과 치료 방침도 업데이트되고 있어, 적절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잘 치료받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의 눈이 영구적인 장애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이 안저를 확인받고 치료받는 전 과정은 성인에서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되다. 몸무게가 2000그램도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의 눈에 산동제 안약을 점안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의료진 한 명은 아이 머리를 붙잡아 고정하고 또 한 명은 개검기를 넣어 눈을 벌려 주어야 경험 많은 안과의사가 주변부 망막을 눌러가면서 혈관 상태가 어떤지 검사할 수 있다.

미숙아인만큼 검사 중 심박 수나 산소포화도가 저하되는 경우도 있어 소아과 의료진이 잘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검사를 눈 상태에 따라 3일, 1주, 2주 간격으로 시행받아야 하며, 일정 단계에 도달하여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혈관무형성부위에 레이저광응고술이나 유리체강 내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입술을 시행받아야 한다.

무혈관망막부위가 넓고 병기가 심한 경우에는 조그마한 아이의 눈에 한 눈당 2000회 이상의 레이저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를 시행받은 이후에도 혈관 병변이 안정적으로 퇴행하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받아야 하고 첫번째 치료에도 충분히 안정되지 않는 경우 재치료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시각재활지원 확대해야

안타까운 것은 적절하게 치료를 받아도 혈관이 형성된 망막 범위가 매우 좁고 진행이 빠른 고위험군 아이들에서는 망막박리로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

미숙아망막병증으로 인한 시각장애나 실명은 아이는 물론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큰 아픔인 것을 알기에, 치료 이후 안정적으로 회복되어 9부 능선을 넘길 때까지 치료한 안과 의사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생존을 위해 지금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른둥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특히 이 아이들의 눈이 건강하게 회복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밝고 깨끗한 눈으로 내내 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출산율은 감소하지만 미숙아는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의 망막병증이 바르게 치료되고 적절한 시각적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신혜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