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VIP 격노설’ 수사 급물살

2025-07-14 13:00:05 게재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윤석열 격노’ 시인

회의 참석자 줄소환 이어 윤 전 대통령 조사도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 9일과 10일 연이틀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해 격노설이 제기된 회의 참석자를 잇달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수사도 이어갈 전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 11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로 불러 7시간 가량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에게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 상황을 집중 추궁했다. 김 전 차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자였다.

그는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귀갓길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정말 없었는가’ ‘순직해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윤 전 대통령과 무관한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는 이날 특검 조사에서 격노설이 나온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상황에 대한 질의에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회 증언 등을 통해 당시 회의에선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러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이날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질문에 답했다. 오후 9시 이전에 준비했던 조사가 모두 종료돼 심야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민영 특검보는 김 전 차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뒤 “수석비서관 회의 상황에 대해 주로 질문했으며 이후 사건 회수 등에 관여한 것이 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물어봤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윤석열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실세 참모로 평가받는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순직한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것을 목격하고, 수사 외압에 관여한 핵심 피의자로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심하게 화를 냈고 이후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게 VIP 격노설 의혹의 큰 줄기다.

김 전 차장이 격노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회의 참석자들의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실 회의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차장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의혹에 대해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10일에는 수사 외압 의혹의 ‘몸통’인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전날 국방부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수수색해 그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한 대를 확보했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있던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짐이 보관된 경기 구리시 임대 창고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압수물을 분석해 VIP 격노설 관련 물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상당 기간 진행됐지만 격노설을 입증할 구체적인 물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특검팀이 압수물 분석을 마치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참모와 비서관, 사건 이첩 보류에 관련된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을 연달아 불러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팀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격노설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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