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주문 한약 택배로 판매 “약사법 위반”

2025-07-14 13:00:04 게재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신체변화 확인한 조제·충실한 복약지도 안돼”

한약사가 충실한 복약지도 없이 전화로 다이어트 한약을 주문받고 이를 택배로 판매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한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2019년 11월 B씨에게 다이어트용 한약을 판매하고 며칠 뒤 전화로 상담한 후 약을 택배로 배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약사법 50조 1항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A씨는 자신이 판매한 다이어트용 한약이 의약품이 아닌 식품에 해당해 약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한약은 한약재를 피고인이 개발한 배합비율에 따라 사람별 특성에 맞게 단계별로 조제한 것이므로 단순히 식품원료를 그대로 추출해 배합한 가공식품 내지 단순 건강기능식품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약사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의약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A씨는 1심이 진행되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판매한 한약의 성분이 동일하고, B씨가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대면해 문진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보고 전화 판매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화통화로 한약을 판매하고 택배로 배송한 행위는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 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이 이 사건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한약 주문이 한약국 내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전화로 이뤄졌고, 이 때문에 주문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한 후의 신체 변화 등을 확인한 다음 주문자의 당시 신체 상태에 맞는 한약을 주문받아 조제하고 충실하게 복약지도 하는 일련의 행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약품의 주문, 인도, 복약 지도 등이 한약국 내에서 이뤄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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