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전방위 인적쇄신 요구…국힘, 극심한 ‘혁신통’ 예고
윤 위원장, ‘8대 사건’ 거론 … 친윤·친한·김문수 모두에 책임 요구
비대위 오늘 혁신안 논의 … 친윤 “정치적 자충수” 친한 “끼워 넣기”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불과 취임 5일 만에 3호 혁신안까지 내놨다. 핵심은 인적쇄신이다.
윤석열정권이 출범해서 3년 만에 문 닫기까지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당내에서는 사과를 넘어 강도 높은 정치적 책임이 거론된다. 윤 위원장이 혁신안을 쏟아내면서 이를 집행해야하는 송언석 비대위원장에게 공이 넘어간 모양새다.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친윤(윤석열)과 친한(한동훈), 김문수 전 노동부장관은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극심한 ‘혁신통’을 앓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사실상 당을 떠나라는 것” = 윤 위원장은 13일 3호 혁신안인 당원소환제 요건 완화안을 내놓았다.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에 대한 당원소환 절차를 대폭 완화하자는 것.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염두에 둔 혁신안으로 읽힌다. 윤 위원장은 인적쇄신 대상을 선별한 기준으로 8대 사건을 제시했다. 이들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인적쇄신 대상이라는 얘기다.
친윤을 겨냥해선 △대선 실패 △대선 후보 교체 시도 △계엄 직후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앞 시위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지난 정권서 국정운영 왜곡 방치 등 5대 사건을 꼽았다. 윤핵관을 비롯한 친윤 의원 대부분 해당된다는 분석이다.
친한을 향해서는 △당 대표 가족 연루 당원 게시판 문제 △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원칙 무시를 제기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14일 “당헌·당규에는 직전 총선 득표율 15% 미만 지역을 비례대표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하고, 후보 20위 이내 4분의 1(5명)을 추천하도록 되어있는데, 당시 한동훈 지도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장관에게는 대선 후보의 단일화 입장 번복 사건을 문제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윤 위원장은 3호 혁신안을 통해 친윤과 친한, 김 전 장관 모두에게 사과와 정치적 책임을 요구한 모양새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공개 요구한 건 사과지만 사실상 당을 떠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위가 인적쇄신 대상을 좁혀주고, 방법까지 정해준만큼 할 일은 다한 셈”이라며 “윤 위원장이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라고 자평했다.
◆송언석 받을까, 거부할까 = 송언석 비대위는 14일 윤 위원장으로부터 1~3호 혁신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실행 여부와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단절 약속을 당헌·당규에 담자는 1호 혁신안은 전 당원투표를 거쳐야 한다. 윤 위원장은 당초 14~15일 전 당원투표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날 비대위 논의를 거쳐 투표일정을 다시 잡을 예정이다.
다만 친윤쪽 반발이 거세 송 위원장이 투표 일정을 잡을지 주목된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은 이미 1호 혁신안에 대해 반대했다. 나 의원은 SNS를 통해 “당원과 국민의 헌신과 희생을 헛되이 만드는 것으로,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도 SNS에서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당 의사 결정 구조를 당 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2호 혁신안에 대해선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이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방위 인적쇄신 요구를 담은 3호 혁신안은 당내 모든 세력의 불만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 위원장이 친윤을 겨냥해 내놓은 5대 사건에는 친윤 의원으로 분류되는 60여 명 중 상당수가 포함된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윤 위원장의 사과와 정치적 책임을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친한도 3호 혁신안에 대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친한 인사는 14일 “윤석열 부부와 윤핵관이 망친 당을 혁신하는데 왜 뜬금없이 친한을 거기에 거론하냐. 친윤 쳐내는데 계파 얘기 나올 거 같으니 우리를 끼워넣기한거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1~3호 혁신안을 놓고 송언석 비대위와 친윤, 친한, 김 전 장관 등이 뒤엉켜 격하게 충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윤희숙발 혁신안’을 놓고 극심한 ‘혁신통’을 겪을 것이란 얘기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