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기초, 소비쿠폰 지방비 분담율 신경전

2025-07-14 13:00:05 게재

시·도 5대 5 요구하지만 곳곳서 갈등

인구소멸지역 차등 분담 두고도 시끌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지방비 분담 비율을 두고 광역과 기초 지자체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광역지자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초지자체와 5대 5 배분을 요구하는 반면 기초 지자체들은 재정 여력이 있는 광역이 좀 더 부담해야 한다며 반발한다. 인구소멸지역 등 소비쿠폰 지급액이 많은 지자체에서는 분담율 차등 문제도 불거졌다. 지자체 부담분 1조7000억원에 대한 분담율을 두고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상당수 광역-기초 지자체가 소비쿠폰 지방비 부담분에 대한 분담 비율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부산시는 지방비로 부담해야 할 966억원의 시-자치구·군 분담율을 결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소비쿠폰 지급(21일)을 일주일 앞둔 상황인데도 분담율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는 통상 기준인 5대 5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와 구·군은 오는 24일 열리는 구·군협의회에서 최종 분담비율을 결정지을 방침이지만, 갈등이 쉽게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광주시도 타 시·도와 형평성을 이유로 5대 5 분담을 제안했지만, 자치구들이 8대 2 분담을 역제안하며 대립하고 있다. 5대 5로 분담하면 자치구별로 많게는 60억원(북구·광산구), 적게는 16억원(동구)을 떠안아야 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광주시 재정 상황도 좋은 것은 아니다. 도시철도 건설 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나마 울산시가 지자체 부담분의 80%를 떠안기로 하면서 구·군 부담을 줄여줬지만, 결국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지방채 발행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광역도에서는 인구소멸지역에 분담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수도권 소멸위기지역일수록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소비쿠폰 금액이 늘어나는데, 이 부담이 지자체 분담금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도의 경우 전주·군산·완주를 제외한 11곳이 인구 감소지역으로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지방비 부담금액은 약 51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시·군은 부담액이 늘어난 만큼 도가 좀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설 명절에 30만~50만원 수준의 자체 민생지원금을 지급한 남원·김제·완주는 더 어렵다.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과도한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웃한 전남도도 비슷한 처지다. 22개 시·군 가운데 인구소멸지역에 16곳으로 인구수만 65만명에 이른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도 시·군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도는 시·군과 5대 5로 분담하되, 연천·가평 등 일부 인구소멸지역에 대해서는 7대 3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이 시·군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인구가 많은 시·군이 부담액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구 100만명이 넘는 고양시의 경우 5대 5로 분담하더라도 130억원 이상을 떠안아야 한다며 볼멘 소리다.

서울시에서도 지자체 부담이 25%로 가장 큰 만큼 자치구와의 갈등이 만만찮다.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9대 1 분담을 요구했지만, 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6대 4로 최종 결정했지만, 이후 다른 재원분담 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자체들은 21일 예정된 소비쿠폰 1차 지급은 우선 전액 국비로 시행하고, 2차 지급부터는 추경 상황 등을 지켜보며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지방비 분담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오랜 경기침체와 지방세 감소 등으로 지자체 여유 재원이 어느 때보다 부족한 상황인 데다 일부는 자체 민생지원금까지 지급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광역 지자체가 좀 더 부담을 떠안는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1~2차 추경을 이미 마친 상태여서 가용 재원이 없어 빚을 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당장은 소비쿠폰 분담 비율을 두고 다투지만, 이후에는 다른 재원 배분 방안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광역과 기초 사이의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신일·이명환·이제형·최세호·곽재우·곽태영

방국진·윤여운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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