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암호화폐 3대 법안 표결 착수
‘암호화폐 주간’ 돌입
스테이블코인 허용
제도권 편입 가속화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2만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미국 하원이 이번 주를 ‘암호화폐 주간(crypto week)’으로 지정하고 주요 관련 법안 3건에 대한 표결 절차에 돌입한다. 하원 공화당이 주도하는 이 입법 패키지는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편입과 규제 명확화를 겨냥한 미국 의회의 첫 본격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14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하원은 수요일(16일) 암호화폐 시장 구조 전반을 개편하는 ‘클래러티 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반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감시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을 먼저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어 목요일(17일)에는 상원에서 이미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킬 전망이다.
이 가운데 ‘지니어스 법안’은 연방준비제도가 아닌 민간 기업이 미국 달러 등 자산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은 해당 법안의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상원안 그대로 처리하기로 해, 통과 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암호화폐 관련 본격 규제 입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래러티 법안’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권한을 명확히 구분해주는 시장구조 개편 법안이며, 하원 통과 후 상원에 송부될 예정이다.
‘CBDC 금지법’은 연방준비제도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해, 민간 중심의 암호화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프렌치 힐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우리는 디지털 자산을 위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중대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입법 움직임에 암호화폐 시장도 강력히 반응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8% 상승한 12만2404달러를 기록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지속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 최고의 비트코인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암호화폐 지지 인사들을 핵심직에 기용하고 있다.
맨틀(Mantle)의 전략책임자 팀 첸(Tim Chen)은 “자본 배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의 명확성”이라며, 이번 입법은 “자본과 창업자 유입을 촉진하고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에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상장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주가 부양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QCP의 설립자 다리우스 싯(Darius Sit)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자산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매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로스(Auros)의 트레이딩 책임자 레 시(Le Shi)는 “트럼프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 통과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사실상 전방위 투자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암호화폐 주간’이 마무리되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부터 디지털 자산 규제까지 명확한 틀을 갖춘 세계 첫 주요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암호화폐의 제도화와 대중화가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