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 실망해 전략 바꾼다

2025-07-15 13:00:01 게재

50일 시한 100% 관세 압박 우크라전 직접 영향력 행사

“나는 여러 번 푸틴과 좋은 대화를 나눴고, 전쟁이 끝날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매번 돌아오면 러시아는 민간 병원을 폭격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말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에 기대를 걸었던 그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그는 통상 압박이라는 새 무기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향후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그 교역 상대국에 대해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기존 ‘우호적 중재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명백한 경제적 압박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바꾸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산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우선 미국의 전쟁 개입 방식이 바뀌고 있다. 직접 무상 지원이 아닌, 나토가 구매한 미국 무기를 우회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무기 공급은 지속하는 모델이다. 트럼프는 “이 방식은 미국에 수익을 가져다주면서도 나토가 책임을 지게 만든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교역 중인 중국, 인도 등 제3국에 대한 ‘2차 관세’도 예고했다. 러시아의 경제적 외연을 봉쇄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할 여지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 원유 수입량에서 각각 47%와 38%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 국가에 대한 압박 효과는 상당하다.

다만 50일이라는 시한이 실효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대표는 “민간인이 매일 희생되는 상황에서 50일은 너무 긴 시간”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 시간을 활용해 점령지를 확대하고, 향후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분명한 점은 트럼프가 푸틴에 대한 태도를 바꿔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타협할 줄 모르는 독재자”라고 비판했던 그는 최근 들어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푸틴을 공개 비난했다.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닌 외교 전략 변화로 읽힌다.

트럼프의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최근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방공 협력, 공동 무기 생산, 국제 제재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트럼프 진영이 전쟁 개입 수준을 실제로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이번 전략이 미국의 군수산업을 지나치게 이롭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러시아 상원 부의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유일한 수혜자는 미국 군수업계”라고 비판했다. 독일, 핀란드 등 나토 국가들이 미국 무기를 공동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이후 미국이 다시 무기를 보충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