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기는 편이 내 편”이라는데 … 정 “경험 많은 대표”, 박 “자기 정치 안해”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16일 충청권 투표 시작
“이기는 편이 내 편이다. 둘 다 굉장히 좋아하고, 어느 분이 되더라도 재밌을 것 같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전한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경선 관전평이다. 정청래 후보는 다양한 경험과 함께 ‘강력한 전투력’을 내세운다. 박찬대 후보는 ‘자기 정치’ 대신 정부 성공을 돕는 통합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기는 편이 내 편’이라는데 120만명이 넘는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누구를 선택할까. 이번 주말 권역별 경선을 앞두고 두 후보의 치열한 당권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 이어 오는 19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영남(20일) 호남(26일) 경기·인천(27일) 서울·강원·제주(8월 2일) 권역경선을 차례로 진행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한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70%(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반영한다. 당 선관위가 확정한 선거인단은 전국대의원 1만6838명, 권리당원 111만1442명이다. 일반 여론조사로 가늠하기 어려운 권리당원 ,특히 투표 참여율이 높은 고관여 당원 표심이 관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직 연임에 성공한 지난해 8월 전당대회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42% 수준이었다.
후보 등록 후 두 후보는 권역별 당원 간담회 등을 통해 ‘강력한 투쟁력’과 ‘안정·통합 리더십’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14일에는 민주당 험지로 통하는 대구에서 득표전을 이어갔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에서 개최한 대구·경북 당원 간담회에서 “2004년 제17대 국회에 처음 들어와서 산전수전, 해상전, 공중전을 다 치러봤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원장 때처럼 통쾌하고 효능감 있게, 탄핵소추위원장 때처럼 진중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당 대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이재명정부 1년차에는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고, 지금은 특히 내란과 전쟁 중인 전시 체제이기에 강력한 파이터가 필요하다”며 “싸움은 제가 하고 대통령은 일만 하시게 해서 통합·협치 미사여구의 열매는 대통령에게 드리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섬김의 리더십’을 호소했다. 그는 대구 당원 간담회에서 “(정 후보처럼)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도 중요하지만, 팀원 한사람 한사람을 잘 살펴 성과를 내도록 해 승리를 이끄는 팀장, 감독 역할을 해왔다”며 “자기 정치를 하지 않고 이재명 정부의 온전한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싸움 외에 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민생과 경제에 유능한 당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는 제가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대구 방문 후 충북 청주의 오송 참사 현장을 찾았는데 이날 이 대통령이 이곳을 먼저 다녀갔다. ‘원팀’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판세와 관련해선 정 후보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제가 앞서는 추세는 유지되지 않겠는가”라며 “(도와주는 국회의원들이)공격받을까 봐 공개를 안 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엇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저녁 청주 토크콘서트에서 “겨우 출마 3주차인데 정치 고관여층은 박찬대를 많이 지지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압도적으로 저를 지지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공개한 조사(1~3일. 1001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1%.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정청래 32% 박찬대 28% 유보 40%였다. 민주당 지지층(457명)에서는 정청래 47% 박찬대 38%였다. 여론조사꽃이 14일 공개한 ARS여론조사(11~12일. 1008명. 무선 RDD.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0%)에서는 정청래 37.0%, 박찬대 26.8%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정청래 52.7% 박찬대 37.7%였다.
당 안에선 이번 주말 충청권 경선결과가 전체 흐름의 단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부터 대전·세종·충남·충북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투표를 실시한다. 17일부터 18일까지는 ARS 투표가 진행된다. 19일에는 대전컨벤션센터(DCC) 제2전시장에서 합동연설회가 열린다.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지가 이후 권역별 결과를 예측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당원 경선은 전체 여론의 단면이면서도 특정이슈에 빠르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지난해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3위를 달리던 김민석 후보가 순식간에 1위로 뛰어 올라 수석최고위원이 된 경험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