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VIP 격노’ 회의 참석자 잇따라 소환
김태효·이충면·왕윤종 이어 김계환 전 사령관도 추가 조사
김용현·조태용·임기훈, 윤석열 전 대통령도 소환조사 예고
해병대원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2023년 당시 ‘VIP 격노설’이 제기된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인물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당시 회의 참석자를 불러 조사한 뒤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4일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검은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을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고, 당시 회의 참석자에 대한 조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주엔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며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는 등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간 이 회의 안건을 비롯해 배석한 참석자들조차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12.3 비상계엄’을 함께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배석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충면·왕윤종 전 비서관도 참석했다는 사실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 11일 2023년 7월 31일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차장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걸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회의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도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VIP 격노’를 직접 목격했다고 처음으로 진술한 것이다.
해당 회의 이전에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에 관여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지 묻자 정 특검보는 “그 부분도 조사 중”이라며 “관계자들도 비공개로 불러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특검보는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3팀에서 소환 조사한다며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어떻게 반응하고 지시했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2시쯤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오후 8시 30분쯤 귀가했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과 함께 이번 주에는 회의 참석자로 알려진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소환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도 추가 조사를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윤 전 대통령 주거지를 비롯해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해병대사령부, 육군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함께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의 사무실과 자택도 포함됐다.
정 특검보는 “피의자 및 참고인의 사무실 및 주거지 20여 곳을 압수수색했고 휴대전화 30여 대,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 개 등 압수했다”며 “휴대전화 경우 피의자들이 비밀번호 제공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대검찰청에 의뢰해 전자 정보 획득을 위한 추가 포렌식 작업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압수물에 대한 다른 특검과의 공유 상황에 대해선 “증거 획득 절차가 위법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법한 방식으로 압수물 증거로 다른 특검과 공유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이종호 전 대표의 압수물도 아직 공유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소환해서 조사해야 할 피의자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정 특검보는 “이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중요하게 불러서 조사해야 할 피의자고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여러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어떤 절차를 밟을 건지에 대해 다른 특검처럼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겠다면서도 “지금은 (소환조사) 단계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특검팀은 조태열 외교부장관 및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