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엔비디아 AI칩 대중 수출 허용

2025-07-16 13:00:02 게재

희토류 수출과 맞교환

화웨이 견제 위한 전략

엔비디아 주가 4%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부분적으로 완화했다. 엔비디아의 중국향 H20 칩 판매를 공식 허용한 것으로, 배경에는 최근 중국과의 희토류 수출 협상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H20 같은 AI 칩 수출을 허용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이를 중단했다”며 “지난 6월 런던에서 중국과 희토류 자석 관련 협정을 타결하면서 다시 칩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맞교환하는 조건부 거래 성격이다. 러트닉 장관은 “우리는 중국이 자석을 다시 수출하도록 했고, 그 대가로 H20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은 최근 몇 주 동안 지난달 런던 무역회담 이전에 부과했던 칩 설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일련의 수출 통제 조치들을 해제했다. 이는 중국이 다양한 첨단 제품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광물 판매를 더 많이 허용하는 대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을 허용한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별도 설계한 제품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건 최신 칩이 아니다. H100, H200, 그리고 블랙웰이 최첨단이고, H20은 네 번째 성능 수준”이라며 “우리는 최고의 칩도,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좋은 칩도 중국에 팔지 않는다. 네 번째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전략적 고려도 작용했다. 러트닉 장관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완전히 떠나면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AI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은 여전히 최첨단 AI 반도체는 철저히 통제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중국에 칩을 팔아야 하는 이유는, 안 팔면 화웨이가 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14일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미국 정부가 H20 인공지능 가속기에 대한 수출 허가를 승인해주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 주최 회의에 참석 중인 젠슨 황 CEO는 중국 국영방송 CCTV에 출연해 출하 승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 재개로 엔비디아는 수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발 주문을 다시 살릴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는 올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정부 규제로 인해 포기했던 주문들을 다시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 발표 후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70달러를 넘으며 4% 폭등했다. 주가는 장중 172.40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도 중국에 AI 칩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 발표에 AMD 주가도 이날 6.41% 상승하며 155.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의 상승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스닥 선물이 급등했고 중국 주식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화요일 홍콩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8%까지 상승했고, 항셍 테크지수는 2.8%까지 올랐으며, 베이징 신넷 테크놀로지 같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은 7.3%까지 뛰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이주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