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영향 큰 품목 위주 가격 상승…인플레 우려 다시 부각

2025-07-16 13:00:00 게재

8월 1일 추가 관세 발효 후 물가 압력 가중될 듯

연준 신중론 유지될 듯 … 금리 정책 불확실성 ↑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반등했다. 지난 2월(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장 예상치 2.6%도 웃돌았다. 특히 가구, 가전 등 관세 영향 품목들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다음 달 1일 추가 관세가 발효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발 물가 상승으로 미 연준의 신중론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금리 정책 불확실성과 미 국채 시장 긴장감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월간 상승률 1월 이후 최대 증가 =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은 5월(2.4%) 대비 반등하며 지난 2월(2.8%) 이후 가장 높았다. 월간 상승률은 0.3%로 1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6월 미국 CPI는 관세 여파가 곳곳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장은 경계감을 키웠다.

특히 가정용품과 생활필수품 등에서 관세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정용 가구 및 용품의 가격은 5월 대비 1.0% 상승했다. 지난 2022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가전제품은 1.9%나 뛰었고 비디오 및 오디오 제품의 가격도 1.1% 올랐다. 장난감 가격은 1.8%, 의류 가격은 0.4% 각각 상승했다.

이바이의 매슈 라이언 시장 전략 총괄은 “6월 CPI 보고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사실상 확인시켜줬다”며 “근원 수치는 다소 빗나갔으나 주요 물가 지표와 전 품목과 근원 수치 모두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8월 1일에 추가 관세가 발효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리건캐피털의 스카일러 와인앤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관세로 인플레이션 심판이 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계했다.

한편 베트남산과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해서는 각각 20%과 19%의 관세를 부과가 최종 결정되었고 7월 중 추가 협상이 타결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관세 영향이 점진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

◆서비스물가 상승폭도 예상보다 높아 = 안정세가 예상됐던 서비스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 또한 부담스러운 신호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거비의 경우 전월대비 0.2% 상승하면서 5월(0.3%)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둔화되었지만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3.8%의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더욱이 의료 서비스 항목의 경우 6월 상승폭이 0.6%로 5월 0.2%에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이 밖에도 자동차 보험료도 5월 0.6% 상승한 데 이어 6월에도 0.7% 상승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주목하는 슈퍼 코어 소비자물가(식품과 에너지, 주택비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 폭도 5월 전월 대비 0.06%에서 6월 0.21%로 확대됐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안정세가 예상되었던 서비스물가에 허를 찔렸다는 점에서 6월 소비자물가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세 발 단기 물가 상승 폭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역 협상이 난관에 부딪치고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20%대에 달한다면 소비자 물가가 현재 수준에서 0.7~0.8%p 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만일 트럼프 정부가 각국에 서한을 보내 통보한 상호관세율(한국 25%, 일본 25%, EU 30%, 멕시코 30%, 캐나다 35% 등)이 8월부터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기존 2.4%에서 20.6%까지 상승하게 된다.(예일대 예산연구소 추정 결과)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물가 고점은 2.9~3.1%(헤드라인 CPI 기준)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3분기까지 기업이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는 과정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9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40% 중후반대로 높여 잡았다. 금리 동결이 거의 확실시되는 이달에 이어 9월에도 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미 물가 우려에 코스피 3200선 아래로 하락 = 전일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가 16일 개장 초반 3200선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미국의 6월 CPI 발표에서 관세가 본격 반영이 확인되면서 경계감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전일 대비 6.08포인트(0.19%) 떨어진 3209.20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9시 23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23.33포인트(0.73%) 하락한 3191.95에서 거래 중이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19억원, 1330억원 순매도하고 있고, 개인은 2873억원 순매수 중이다. 코스피 200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855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5.63포인트(0.69%) 내린 807.25다. 코스닥은 전일보다 2.79포인트(0.34%) 내린 810.09에서 시작돼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코스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736억원, 114억원 순매도, 개인은 876억원 순매수 중이다.

미국의 물가 발표 후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원달러환율은 장 초반 1380원대 후반으로 올라섰다. 원달러환율은 간밤 달러 강세를 반영해 전일대비 5.3원 상승한 1385.5원으로 출발한 후 오전 9시 11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7.6원 오른 1387.8원에서 거래 중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야간 거래 종료를 앞두고 98.7 근처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이후 최고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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