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배임죄 완화’ 공감대…방법론에선 차이
민주당 김태년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법안 제출
국민의힘 유상범 ‘특경가법서 특별배임죄 가중처벌’
조국혁신당 차규근 ‘형법·상법 배임죄 성립요건 제한’
여당이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담은 ‘더 센 상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여야 구분 없이 ‘배임죄 완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경영 자율성 침해, 배임죄 남용 우려 등을 고려해 법제도 보완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배임죄 완화 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등 3당에서 골고루 발의됐다. 과도한 배임죄 적용을 막기 위한 방안은 유사하게 제시했지만 사문화된 특별배임죄 존폐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4일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상법의 특별배임죄 조항을 전면 삭제하고 △형법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법의 특별배임죄는 형법의 업무상배임죄와 구성요건과 처벌 내용이 중복돼 중복입법 및 이중처벌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 왔다. 여기에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도 배임죄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어 합리적 경영 판단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형법과 중복되는 상법의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고 형법에서는 본인과 이해관계의 상충 없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경우에는 배임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었다면 면책이 되도록 하자는 얘기다.
김 의원은 “배임죄 남용이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전략적 판단과 투자 유인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이 개정안은 7월 3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의 취지를 보완하는 입법으로, 과도한 형사리스크는 걷어내고, 건강한 경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0일 같은 취지로 형법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형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한편 특경가법에는 특별배임죄에 대한 가중처벌 방안을 추가해 기업의 자율적 경영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고의적인 배임행위는 엄정히 처벌하도록 균형을 맞췄다.
현재 형법의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하든 상법의 특별배임죄를 적용하든 처벌 내용에서 차이가 없어 사실상 특별배임죄는 사문화된 상태다. 유 의원은 특경가법 개정안을 통해 특별배임죄 가액에 따라 처벌 수위를 높여 특별배임죄의 역할을 되살리도록 했다.
배임죄 성립에 있어 과도한 책임 추궁을 방지하도록 형법에는 ‘경영판단의 원칙’ 규정을 넣었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 독일 등에서는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해 기업의 적극적 경영판단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세기부터 경영판단 원칙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현재 각 주에서 판례로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 주식법 제93조는 합리적 행위로 간주되는 이사의 행위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유 의원은 “두 법안은 기업 경영의 자유와 주주 권익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임죄 폐지 요구에 반대하며 그 대신 배임죄의 범죄 성립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형법과 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15일 발의된 형법 개정안 제안 취지를 보면 “미국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강력한 민사적 제재 방안이 취약한 상태에서 배임죄를 폐지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독주를 견제할 방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배임죄를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목적 또는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할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성립하는 목적범으로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부분을 ‘본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로 하여 침해범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경영 등 민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형사법적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배임죄는 재산상 손해 발생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하면 성립하는 ‘위험범’에 해당하는데, 이를 ‘침해범’으로 제한해, 위험이 아닌 실제 침해 발생을 범죄성립 요건으로 하자는 것이다. 배임죄를 목적범으로 하자는 것은 사적 이익 추구의 고의성 여부를 따지자는 것으로, 합리적 경영 판단에 대해서는 면책의 여지를 둔 것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