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 45% 내각 ‘청문회 불패’ 과신했나
책임정치·청문회 통과 기대
야당 잇단 제동 합의 난망
이재명 대통령이 첫 내각의 45%를 현역 국회의원으로 지명한 가운데 ‘청문회 불패’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정공백 최소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여당의 전략이 여론의 공감을 얻을지가 관건이다.
이재명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역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미지수다. 청문회가 진행된 후보자 가운데 강선우 여성가족부 , 안규백 국방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반대 또는 부동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면서다. 강 후보자에게는 갑질의혹, 안 후보자는 병적기록부 미제출, 전재수 후보자는 차기 지방선거 출마 여부 등에 대한 입장 등을 문제삼고 있다. 보고서 채택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의원 입각을 통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고, 정국 운영에 책임 있게 나서겠다는 여당의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총리·장관 후보자 중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20명의 장관·총리 후보자 가운데 9명을 현역 국회의원으로 지명했다. 김대중정부의 DJP연합 당시 10명에 이어 많은 입각인데 의원 배지를 떼고 대통령실에 합류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과 국세청장 후보자에 내정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포함하면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수다.
역대 정부에서 국회의원의 총리·내각겸직 비율은 문재인정부가 31.5%(54명 중 17명) 노무현정부는 13.2%(76명 중 10명), 이명박정부는 22.4%(49명 중 11명), 박근혜정부는 23.3%(43명 중 10명)였다. 윤석열정부에서 13.5%(37명 중 5명)였다.
입법부 본연의 견제권 약화와 이해충돌 소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의 여파로 국정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측면이 강하다.
국회의원-장관 겸직으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관철해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 공백을 막자는 취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김윤덕 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과 관련해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로서 이미 호흡을 맞춰본 분과 일하는 것이 업무에 효율적이라는 점도 반영됐다”고 답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국무위원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총리·장관에 지명된 현직 국회의원이 도중에 낙마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국회의원으로 선출과정에서 이미 국민적 검증을 거쳤다는 점, 국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의원들의 검증 공세가 상대적으로 무뎌 청문회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점 등이다.
물론 입각한 의원 개인에게는 행정부 경력을 추가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다진다는 긍정성이 있지만 업무 성과에 대한 후과도 떠안아야 한다. 문재인정부 국토부 장관으로 활동한 김현미 전 의원은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휘말리면서 정치적으로도 궁지에 몰렸다.
더 뼈아픈 것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다. 신상과 관련한 소명이 부족할 경우 꼬리표가 돼 장관직은 물론 본인의 차기 정치 진로가 막히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