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손해’ 전 시장 책임 인정
수요예측 실패 책임 인정 범위 쟁점
“전임 시장·수요예측기관 책임 인정”
“연구원 개인 책임 신중”…대법 파기
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경전철 사업을 둘러싼 주민소송에 대해 전임 시장과 수요예측기관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수요예측기관인 연구원에 소속된 개인에 대한 책임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오전 10시 용인시 주민 8명이 “용인시장은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며 용인시를 상대로 낸 주민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연구원들 개인의 용인시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부분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은 2005년 주민소송 제도 도입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다.
용인시는 2004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 결과를 기초로 최소운영수입보장 약정이 포함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3년 경전철 운행 개시 후 실제 수요는 예측에 현저히 못 미쳤고, 용인시는 사업자에게 거액을 지급하게 됐다.
이에 용인시 주민들은 2013년 10월 이정문·서정석·김학규 등 3명의 전직 용인시장과 전·현직 용인시 공무원, 전직 시의원, 용역기관과 연구원, 건설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김 전 시장의 정책보좌관 박씨의 책임만을 인정하고 10억2500만원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했다. 다만 박씨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김 전 시장에게 있다고 인정한 1심과 달리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20년 7월 전 시장 등 대부분 청구 대상에 대해 ‘주민소송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2심 판결을 깨고 대부분 주민소송의 대상으로 인정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환송 후 2심은 지난해 2월 용인시가 이정문 전 용인시장 등 사업 책임자에게 214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요예측이 합리적이었을 경우 용인시가 약 4293억원의 재정지원금을 아낄 수 있었다고 보고 이 금액을 경전철 사업의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이어 ‘공동불법행위자’인 이 전 시장과 연구원들의 책임 비율을 전체적으로 5%로 산정해, 이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을 214억6809만5900원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교통연구원의 책임 비율은 이 전 시장 등보다는 낮은 1%로 산정해 42억9361만9180원으로 정하고, 이 금액만큼을 이 전 시장 등과 연대해 배상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용인시는 이 전 시장과 연구원 등 총 4명에게 214억여원 청구하고, 그중 교통연구원이 42억여원을 연대하도록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의 후임인 서정석·김학규 전 시장들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주민소송단과 용인시 양측이 모두 환송 후 2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전임 시장과 수요예측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교통연구원의 연구원 개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파기 환송했다. 연구원들 개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임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원심이 이를 개별적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향후 유사한 민간투자사업에서의 책임 소재와 주민소송 활용 방안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