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무인도 라이브 | 완도 대화도 동행기
무인도 캠핑 ‘새로운 공간이 주는 힘’을 느끼는 체험
완도 대화도 ‘무인도 라이브’ 상반기 행사 마무리 … 무인도 야영체험 36명 모집에 695명 신청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무인도 라이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인도를 버려진 섬이 아닌 생태와 안보, 관광의 보고로 인식하자는 ‘무인도 가치 재발견’이 취지다.
무인도 국민탐사단 운영은 무인도의 관광 가치를 찾는 실험적 프로그램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자유로운 캠핑이나 해산물 채취 활동을 허용하는 개발가능 무인도, 하반기엔 각종 행위가 제한되는 준보전 및 절대보전 무인도에서 진행한다. 상반기 국민탐사단 무인도 캠핑체험 완도 대화도 1박 2일 야영 프로그램을 동행 취재했다. “배 타고 들어올 때 금당도 문화해설사 선생님 설명을 듣는데 그 섬을 정말 사랑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꼭 가보고 싶어요.”
“독자생존 유튜브 많이 보고 왔습니다. 근데 직접 불 피우고 해산물 채취해보니 혼자였으면 자연사하겠구나.”(웃음)
“젊은 분들과 어울리는 이 자리가 너무 영광스럽고 … 옆에 집사람이 있어 더 좋습니다.”(부러운 야유)
모닥불은 점점 사위어가고 대화도의 밤은 깊어간다. ‘2025년 무인도서 가치 재발견’을 주제로 한 국민탐사단 ‘무인도 라이브(Live)’ 1박 2일 야영 체험행사다. 야영지는 대화도에 남아있는 옛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 터다.
◆이순신 장군이 출격한 항로를 따라 = 3차 체험 참가자들은 6월 26일 오후 4시 완도항에 집결해 무인도 라이브 행사에 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항구 인근 숙소 두곳에 나눠 숙박을 하고 27일 오전 8시에 다시 모여 배를 탔다.
배는 완도항에서 출항해 고금도와 약산도를 거쳐 금당도로 이동했다. 이 뱃길은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 선단이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고금도에서 금당도로 이동했던 항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금당도 가학항 남쪽 부두에서 완도군 문화해설사 박동훈씨가 탑승했다.
“1598년 7월, 광양 왜성에서 일본 전투함선 100여척이 고금도 통제영을 공격하기 위해 출병했습니다. 이들이 거금도와 소록도 사이로 빠져나왔을 때 조선 수군은 금당도에 매복해있다가 출격해 적선 50여척을 격침시켰어요. 매복지는 지금의 율포항이나 가학항이었을 겁니다.”
박동훈 해설사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한다.
지금의 거금대교와 연홍도, 고라금해수욕장 인근에서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조선 수군은 왜선 50여척을 침몰시켰다. 한산도해전(59척 격침)보다는 작지만 명량해전(31척 격침)보다 큰 승리였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금당 8경을 바다에서 탐방한 뒤 대화도에 정박했다.
◆2000년대 이후 주민 없는 무인도로 = 대화도는 전남 완도군 금당면 금당도 서쪽에 있는 무인도다. 500m 정도 간격으로 중화도와 소화도가 나란히 있어 세 섬을 합쳐서 ‘꽃섬’이라 부른다. 중화도와 소화도는 특정도서라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해 야영 등 일정 행위가 제한된다.
중화도는 난초과 식물인 ‘자란'(Bletilla striata) 군락이 자라고 멸종위기 ‘구렁이'(Elaphe anomala)가 서식해 환경부가 특정도서로 지정했다. 소화도는 특정도서이자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구역이다. 주변 바다에 ‘연산호'(Alcyonacea) 군락이 있어서다. 대화도는 원래 무인도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많을 때는 20가구가 선착장과 학교 주변에 마을을 이루었다. 주민들은 문어 해삼 고둥을 잡고 미역과 다시마, 톳을 채취해 제일 가까운 육지인 장흥에 내다팔아 생계를 꾸렸다. 그러다 점점 주민이 줄어들었고 2000년 이후에는 아예 주민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되었다.
대화도에는 식수로 쓸만한 물이 나지 않는다. 참가자들에겐 1박 2일 동안 1인당 2리터짜리 생수가 두병씩 지급됐다. 이 물로 식사를 준비하고 이도 닦고 세수도 해야 한다. 무인도 라이브 행사의 첫번째 원칙은 ‘안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민간해양구조대 대원 1명이 안전요원으로 동행했다. 완도항에서 타고 간 선박은 야영지 바로 아래 선착장에서 비상대기를 했다.
가장 먼저 불을 붙인 건 돋보기였다. 햇빛을 작은 초점으로 모아 불쏘시개에 불씨를 만들고 마른 솔잎에 불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두번째는 오목거울이었다. 나무 마찰기구는 여러명이 달라붙어도 쉽지 않았다. 한 사람이 고정축을 잡고 교대로 활을 회전시켜도 연기만 날 뿐 불을 피우기가 어려웠다.
오후엔 안전요원 인솔에 따라 수영을 했다. 몇몇은 바닷가에서 ‘거북손’ ‘고동’ 등 해산물을 채취했다. 저녁식사 후엔 함께 모여 가운데 모닥불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사에 참여한 소감도 나누고 우크렐레 반주에 맞춰 훌라춤을 추기도 했다. 어둠이 깊어가면서 핸드폰으로 북두칠성을 찍을 만큼 별이 쏟아졌다.
한 참가자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재미있게 보내지 못해서 ‘흑백보다는 알록달록한 삶을 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무인도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 이번 경험이 알록달록한 삶을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무인도 라이브’ 진행 예정 = 이번 행사는 ‘무인도의 재발견, 대한민국이 더 커집니다’를 주제로 진행했다.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가 주관하고 해양수산부가 후원했다. 대화도 무인도 야영 체험 행사는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1~3차로 나누어 진행했다. 참가자는 1차 11명, 2차 11명, 3차 14명 모두 36명이었다.
전체 36명 모집에 참가 지원자는 개인단위 지원 192명, 단체단위 지원 190팀이었다. 전체 지원자수는 단체단위 지원자 503명을 포함해 695명이었다. 지역별 신청자수는 서울이 104명(팀)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가 98명이었다. 신청자 연령대는 30대가 13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40대로 123명이었다. 성별은 여성이 207명으로 남성 175명보다 많았다.
올해 하반기 ‘무인도 라이브’ 행사는 유인도를 거점으로 진행한다. 유인도에서 숙박하고 인근 무인도를 탐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완도 대화도 = 남준기 환경전문리포터·정연근 기자 namu@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