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공원화…16년만에 재시동

2025-07-17 13:00:01 게재

서울시 세운지구 도심공원 조성사업 고시

삼풍상가 일대부터 공중보행로 동시 철거

세운상가 공원화 사업이 16년만에 재추진된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도심공원(1단계) 조성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을 고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고시는 세운상가군 가운데 삼풍상가 일대 약 5670㎡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다. 시는 보상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세운상가군 공원화 사업은 서울 도심 재구조화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2009년 종묘 앞 현대상가 철거 이후 멈춰섰다.

사업이 재추진되면서 시가 구상 중인 남북녹지축 조성사업 첫 단추가 다시 꿰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 지난 2022년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세운상가군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약 5만㎡의 대규모 도심공원을 조성해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을 잇는 도심 녹지축을 만드는 사업이다. 고층 빌딩과 나무숲이 조화를 이루는 도심을 만드는 것으로 고밀 복합개발과 함께 충분한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세운상가 중심부 삼풍상가 일대 약 5670㎡가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2026년 상반기 착공 예정이다. 조감도 서울시 제공

지난 6월에는 이 전략을 반영해 세운지구 내 약 13만6000㎡의 녹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세운상가군 공원화 및 개방형 녹지 조성을 통해 도심 안에 녹지가 풍성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부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 사업 대상지는 을지로 업무지구와 인접한 삼풍상가 주변이다. 시는 우선 이곳을 잔디마당 정원 긴의자 등을 갖춘 임시공원 형태로 꾸밀 예정이다. 향후 옛 풍전호텔인 피제이(PJ)호텔 부지까지 공원화가 완료되면 온전한 형태의 대규모 도심공원으로 통합하기 위한 사전 단계가 마무리된다.

2단계 사업지인 PJ호텔은 인근 6-1-3구역과 통합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시는 PJ호텔, 6-1-3구역 통합재개발과 연계해 지상에는 공원을, 지하에는 15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공연장을 건립해 서울 대표 문화 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삼풍상가 주변 공원화는 서울 도심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녹지축 조성의 중요한 추진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곳을 시작으로 나머지 상가군에 대한 공원화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낙후된 세운지구 일대를 주거와 문화, 녹지가 어우러진 활력 넘치는 녹지생태도심으로 재탄생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원화 과정에서 해당 구역 중간을 가로지르는 공중보행로는 철거 작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일대를 모두 공원으로 만들려면 보행로 철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풍상가와 PJ호텔 사이 보행로를 우선 철거한 뒤 공원화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시는 앞서 지난 2월 공중보행로를 보행도로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마쳤다.

공중보행로는 세운·청계·대림·삼풍상가·PJ호텔을 잇는 1㎞ 길이 다리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세운상가 일대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돼 2022년 전 구간이 개통됐다. 사업비는 1109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오 시장이 서울시장이 복귀한 뒤 세운상가 일대를 녹지로 재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공중보행로는 사업 구간 중심에 있기 때문에 공원 조성을 하려면 철거가 불가피 해졌고 1000억원 이상 투입된 시설을 완공하자마자 허물어야 하는 데 따른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시는 최종적으로 철거를 결정했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건립 및 철거 과정은 도시계획의 단절성, 시 예산 낭비의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시가 내세운 철거 명분은 활용성이 낮다는 점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시가 보행로를 만들 당시 예상했던 보행 인원은 하루 평균 1만명이었지만 2023년 10월 기준 일평균 통행량은 그 20% 수준인 2122명에 머물렀다. 반면 지상부 통행량은 하루 1만2206명으로 공중 보행로 통행량의 약 7배에 달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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