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 92억달러로 스트래티지 최대주주
“투기” 비판하곤 12조원 보유
2년간 850% 수익률 기록
“비트코인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디지털 자산은 투자보다 투기에 가깝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 그룹이 암호화폐에 대해 줄곧 던져온 냉소적 평가다. 창업자 잭 보글의 철학을 고수하며 “암호화폐는 우리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비트코인 ETF 거래마저 거부했던 회사가 뱅가드였다.
그런데 지금 이 회사가 미국 대표 ‘비트코인 기업’인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시장의 아이러니이다.
블룸버그가 1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분석한 결과, 뱅가드는 현재 스트래티지 클래스A 보통주 2000만주 이상을 보유 중이다. 전체 유통 주식의 약 8%에 달하는 규모다. 2024년 4분기부터는 기존 1위 주주였던 캐피털그룹을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고 추정했다.
스트래티지는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비트코인 투자회사’로 변신한 대표 사례다.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세일러의 주도로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기 시작했고, 이후 주가는 무려 3400% 넘게 폭등했다. 회사는 채권과 주식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모두 비트코인 매입에 쏟아붓고 있다.
뱅가드가 이 회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게 된 건 ‘인덱스 투자’의 기계적 매매방식 때문이다. 뱅가드의 ETF와 공모펀드는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구조다.
현재 뱅가드가 스트래티지를 보유한 대표 펀드는 1조4000억달러 규모의 ‘토털스톡마켓 인덱스 펀드’(VITSX)다. 이 펀드 하나만으로도 570만주, 약 26억달러의 가치를 들고 있다. ‘익스텐디드 마켓 인덱스 펀드’(VIEIX), ‘그로스 ETF’(VUG) 등을 합치면 전체 보유 규모는 92억6000만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스트래티지는 최근 나스닥100 지수 편입으로 추가 자금 유입 효과까지 누렸다. 15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12만3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스트래티지 주가도 3.2% 추가 상승했다. 지난 2년간 상승률은 무려 850%로, 같은 기간 비트코인 상승률(300%)을 크게 웃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