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에게 사실상 ‘용퇴’를 요구했다. 금리 인하 요구에 미온적인 파월 의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보수성향 매체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Real America’s Voice)’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자진 사임하면 좋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어 “그를 해임하면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얘기들이 있다”며, 당장은 해임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듯한 발언도 덧붙였다.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파월 의장을 사실상 압박하며, 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 결정을 유도하려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된다.

또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고, 법정 임기가 있는 연준 의장을 직접 해임하는 데 따를 부작용이 우려되자 파월 의장이 자진사임하도록 압박하는 속내를 피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바레인 총리와 회담한 자리에서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연준 건물 보수 관련 사기가 없다면 해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해임 계획이 있느냐는 추가 질문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연준이 재임 중 집행한 대규모 보수 예산을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부정’의 핵심은 연준 건물 보수 비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억~27억달러에 이르는 공사 비용에는 사기의 여지가 있다”며 “어떻게 건물 보수에 그런 돈을 쓰느냐. 적절한 승인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도 “파월은 형편없는 연준 의장”이라며 “그가 해야 할 일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기준금리를 현재의 4%대에서 3%포인트 이상 인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장중 한때 파월 의장의 빠른 해임설이 나돌면서 뉴욕 채권, 주식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시간 만에 이를 부인하자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며 장을 마쳤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정오 기준 5.04%로 전장 대비 2bp 상승, 장중 저점(4.97%) 대비 7bp 뛰며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섰다.

한편 2년물 수익률은 3.91%로 5bp 하락했고, 30년물은 장중 5.078%까지 올랐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파월 해임설에 급락했던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 이후 반등했다. S&P500은 0.32% 오른 6,263.70, 나스닥은 0.25% 상승한 20,730.49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