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월가 4대 은행 호실적
거래수익·자산관리 호조
투자은행 수수료도 회복세
미국 대형 은행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월가 대표 금융사들은 시장 변동성과 자금 유입 확대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수익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은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 자본시장 거래 자문, 채권·주식 트레이딩, 기업 대상 대출 및 구조화 금융, 그리고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등 다양한 수익원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 사업은 금리와 규제, 정치·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실적 발표는 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진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순이익이 3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주식 거래 부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발표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힘입어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채권 거래 부문도 기대치를 상회했다. 두 부문에서만 7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침체됐던 IB 부문(M&A, IPO 자문 등)도 26% 증가해 22억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자산관리 부문이 두드러졌다. 해당 부문 수익은 14% 늘어난 78억달러, 순이익은 35억달러로 15% 증가했다.
특히 ‘하락장 매수(buy-the-dip)’에 나선 고액자산가들 덕분에 신규 자산 유입 규모는 592억달러에 달해 전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트레이딩 부문도 주식과 채권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IB 부문은 완료된 거래가 줄어들며 5% 역성장했다.
JP모건은 트레이딩과 IB 부문 모두 애널리스트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거래 수익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고, IB 수수료도 전년 대비 7% 증가해 25억달러에 달했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IB 활동은 초반에는 더뎠지만 시장 심리 개선에 따라 점차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BofA는 리테일 예금과 대출 증가, 순이자수익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순이익은 71억달러로 전년보다 3% 늘었으며, 트레이딩 부문 수익도 14% 증가해 53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IB 수수료는 14억달러로 감소했고, 거래 대부분은 중소형 중심이었다. 회사 측은 하반기 더 큰 거래 복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실적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기대와 달리 M&A 거래는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자 제임스 폰타넬라-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후 기업결합 심사가 정치적으로 더 민감해지면서 거래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기업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관망 모드’에 머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기관이 경쟁 이슈를 넘어 정치적·이념적 요소까지 고려하며 거래를 판단하고 있어, 대형 M&A 거래의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트레이딩 수익에 의존한 호실적에는 구조적 한계가 따르며,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이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