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이태원 참사 검경 조사단 편성하라”
4대 참사 유족 200여명 청와대 초청 “정부 대표해 사죄” 이태원특조위 강제 수사권 부여-2차 가해 상설 전담팀 신설 “저마다의 꿈을 안고 스러져 간 656개의 우주 기억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17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전날 세월호·이태원·오송지하차도·무안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필요하다면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강제 조사권이 있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이태원사건 조사단을 편성해 특조위와 조사하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오송지하차도참사와 관련해 “유가족들 입장에선 사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제일 답답할 것 같다”며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오송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청하는 유가족들에게 이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함께 공론장에서 오송참사를 논의하는 것이 충분히 의미있고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야당의 반대가 있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무안 여객기참사에 대해 “새 정부에선 안타까운 사고로 국민들이 생명을 잃지 않게 전 부처, 전 공무원들이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참사 예방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이 사건은 이태원참사와 다르게 정치적으로 왜곡될 이유가 없는 만큼 조사 결과를 먼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정안전부를 오송참사 주무부처로 지정하기도 했다. 또 참사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관련 상설 전담수사조직을 만들도록 경찰청에 지시했다.
참사 유가족들이 실질적인 트라우마 피해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 “진단서와 관련한 답답하고 형식적인 요구사항보단 실제 트라우마 피해에 대해 가능한 폭넓은 보호와 사후 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고 참사 유족 200여명을 초청해 대화를 나눴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보고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이 대통령은 “사죄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 리도 없고, 유족의 가슴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국민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행사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304, 159, 14, 179, 저마다의 이름과 꿈을 안고 스러져 간 656개의 우주를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고 거듭 추모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반복됐고, 피할 수 있었던 비극 앞에 무력했다”며 “미흡했던 대응과 변명, 회피, 충분하지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이 모든 것을 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잡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