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표 경선 “분열 없다”지만 시도당 뿔뿔이
수도권·충청·호남위원장 정-박 선택 갈려
‘명심’ 놓고 “눈빛만 봐도” “안 봐도 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시작된 가운데 정청래·박찬대 후보(기호순)의 선명성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당 운영 방향을 놓고 ‘돌파’와 ‘인내’로 엇갈린 가운데 명심(이재명 대통령 마음)에서 우위를 각각 장담하고 있다. 친명 지도부 일원으로 ‘이재명정부 성공 지원’을 제1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역의원들의 지지가 갈리는 양상이다. 당 선관위가 주요 당직자의 경선 선거운동을 제한했는데도 각 시· 도당 위원장들이 각각 정,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당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청래, 박찬대 후보는 16일 대표 경선 개시 후 첫 TV 토론에서 맞붙었다. 이날은 19일 첫 권역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충청권 당원 온라인투표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내란종식을 위한 실효적 조치와 검찰개혁 등 현안 추진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정 후보는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후보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해 “국민 여론은 위헌정당 해산심판 감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라는 요구가 높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 후보도 “내란특검에서 내란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따져 물을 것이고 그 절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차단하는 내용의 ‘내란종식특별법’을 발의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한 입장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정 후보는 “박 후보나 저나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단 0.1㎜ 차이도 없다”고 말했고, 박 후보는 “당론에 따라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검찰 개혁을 추진해 추석 안에는 반드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야당과 관계설정에서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정 후보는 집권 여당 대표로서 야당과의 협치 방향에 관한 질문에 “협치는 합리적인 사람들과 하는 것”이라며 “불합리하게 억지 쓰고 발목 잡는 것은 강력하게 표결 처리하고 돌파하겠다”고 답했다.정 후보는 “민주당은 지금 개혁하기에 넉넉할 만큼 의석수를 가지고 있다”며 “국민이 눈살 찌푸리지 않게, ‘너무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할 개혁을 충분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겠다”며 “이재명정부가 필요한 것은 당에서 120%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항상 초과 달성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집권 여당의 당 대표는 협치를 포기하지 않지만, 거래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입장”이라며 “협치를 추구하되 거래는 단호히 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밀어붙이기 보다 ‘인내’에 방점을 뒀다. 그는 “민생과 경제,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도 이미 야당 대표를 초청해 통합적 행보를 보이셨고, 당에서 여기에 발을 맞춰야 할 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친 개혁보다 강하면서 세련된 개혁을 해야 한다”며 “통합적, 안정적 리더십을 십분 발휘해 야당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명심’을 놓고도 경쟁했다.
정 후보는 “이 대통령과 한 몸처럼 움직이겠다고 말씀드렸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며 “민생경제에서 첫 번째 원칙은 당이 먼저 치고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 이 대통령께 진짜 필요한 사람, 이 대통령께 진짜 도움이 될 사람은 바로 저”라며 “당내에서도, 당·정·대 관계에서도 원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이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고 하자 정 후보는 “저는 20년 정도 같이 지냈기 때문에 눈빛을 안 봐도 안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수행단 등을 맡았던 의원의 지지를 끌어낸 것을 강조하는 것도 ‘명심’을 앞세운 캠페인으로 풀이된다.
상대 공약에 대한 비판도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은 일만 하고 당 대표는 싸움만 한다’ 이런 이분법으론 원팀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싸우는 당 대표’를 자처한 정 후보를 겨냥한 비판으로 들렸다. 박 후보는 또 “당 대표에 선출되면 정 후보가 제시한 공약을 반영해 실행하겠다”면서도 당원 콘서트 등 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일회공약’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당원이 실제로 당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참여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당원들과 가장 친한 당 대표 후보가 저”라며 “당 대표로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최후방 공격수로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인 ‘진짜 당 대표’에 대해 “저보고 가짜 당 대표 후보라는 건 아니죠”라며 “‘더 진짜 당 대표’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두 후보를 지지하는 현역의원 그룹의 분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충청·호남권 시도당 위원장들의 선택이 엇갈려 눈길을 끈다.
정 후보 쪽에는 장경태(서울시당) 이원택(전북도당) 주철현(전남도당) 의원과 최민희 이성윤 신영대 한민수 김영환 임오경 의원 등이 공개활동에 함께 하고 있다. 법사위 활동 등에서 인연을 맺은 의원들이 눈에 띈다. 박 후보 쪽에는 김승원(경기도당) 양부남(광주광역시당) 의원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박주민·박성준·김용민·박선원·노종면 의원 등 원내대표단에서 호흡을 맞춘 의원들도 힘을 싣고 있다.
시도당 위원장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공천에 관여하는 위치로 당 선관위는 대표 경선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내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고위당직자가 공개적인 지지표명 등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당 결정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경쟁이 과열되면 자칫 분열로 비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이 1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조직적 오더 형태의 투표는 어렵지만 대의원에 대해서는 현역의원의 입김이 작용한다”면서 “대의원 1명이 권리당원 17명 정도의 비중으로 계산된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전국대의원은 1만6838명, 권리당원은 111만1442명이다. 대의원 15% 권리당원 55%를 반영한 뒤 국민여론조사(30%)와 합산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박빙 승부를 보일 경우 투표율이 높은 대의원 표심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