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수사, 몸통<윤 전 대통령> 향한다

2025-07-17 13:00:19 게재

순직해병특검, 17일 김계환·이충면 재조사

김용현 전 장관 등 배석자 7명 모두 조사 방침

강의구·박정훈 참고인 … 최주원 피의자 조사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VIP 격노설’의 진위를 확인한 가운데 수사의 칼끝이 수사외압·방해 의혹의 핵심인 대통령실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이날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추가 소환한다. 특검팀은 공수처로부터 이첩받은 모해위증 등의 혐의를 추궁할 예정이다.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도 재조사한다.

◆회의 참석자 7명 모두 조사 계획 = 특검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소위 ’VIP 격노설‘이 불거진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영 특검보는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이 회의에 참석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로,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권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당시엔 대통령 경호처장 신분이었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윤 전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안보실) 회의에서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으며,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하면서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사단장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었다. 그는 초동조사 결과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됐다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피의자 명단에서 빠졌다.

특검은 최근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을 차례로 불러 회의 상황을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화를 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회의 참석자를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정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김용현 전 장관, 최근 조사를 받은 3인 등 총 7명으로 특정하고 있다.

정 특검보는 이들 7명을 모두 소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체로 다 조사할 계획이나, 출석 조사 일정을 모두 조율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는 김 전 장관도 조만간 특검팀에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결과 바뀐 과정 집중 조사 = 특검팀의 수사는 ‘VIP 격노’ 사실을 확인한 가운데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바꾸도록 지시한 책임자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최초 수사 기록을 이첩받고 국방부 검찰단으로 기록을 넘겨준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치안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북경찰청은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최초 수사 기록을 이첩받았다가 국방부 검찰단으로 기록을 인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군 검찰단에 협조하도록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치안감은 휘하의 경찰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이첩의 주체인 해병대 수사관들의 적법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며 지난 5월 공수처에 고발당했다.

최 치안감은 이날 조사에 앞서 “오늘 조사에서 어떻게 소명할 예정인가” “수사기록 이첩 전후로 대통령실 연락을 받은 적 있나” “국가수사본부에서 연락받은 뒤에 순직 사건 접수를 미룬 것 아닌가”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의 기록회수가 적법하다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에는 “특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 개입 여부 조사 =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려 온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도 같은 날 오후 2시께 순직해병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강 전 실장은 ‘VIP 격노설‘이 처음 제기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당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당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특검팀에 소환됐다.

임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격노했다는 사실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달한 인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특검팀은 강 전 실장이 윤 전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채상병 사망 직후부터 수사 등 일련의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에 관해 전반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당시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도 그보다 조금 앞선 같은 날 오후 1시께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특검팀은 이날 박 대령이 김계환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VIP 격노설’ 내용을 비롯해 채상병 사건 초동 수사기록의 이첩·회수 과정 전반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를 지휘한 인물로, ‘VIP 격노설’ 등 상부의 부당한 수사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박 대령은 이 사실을 김계환 당시 사령관이 자신에게 전달해줬다고 했지만, 김 전 사령관을 비롯해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해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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