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이 쏘아올린 ‘혁신공’…꿈쩍도 안 하는 국민의힘
윤 “차떼기 때 중진들 불출마” … 친윤 중진에 불출마 요구 해석당 지도부·친윤 강하게 반발 … 윤 ‘추가명단’ 공개 예고로 압박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3호 혁신안을 내놓은 데 이어 의원 4명을 겨냥해 사실상 차기 총선 불출마로 해석되는 거취 정리를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윤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친윤이 혁신안을 계속 거부하면 ‘거취 정리 명단’을 추가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혁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흐름이다.
윤 위원장은 16일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5선 나경원·윤상현 의원, 재선 장동혁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스스로 거취를 밝혀라”고 요구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17일 “전한길씨를 국회로 불러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고, 지도부가 거기에 참석하는 건 정당해산의 빌미를 주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장동혁 의원은 전씨를 국회 토론회에 초청했고, 윤 의원 토론회에는 송 비대위원장이 참석했다.
윤 위원장은 또 “3년 전에는 친윤(윤석열) 계파가 등장해 당 의사결정을 전횡하더니 친한(한동훈)이라는 계파는 ‘언더73’이라는 명찰을 달고 버젓이 계파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20일 의원총회에서 의원 107명 전원은 계파 활동을 근절하고 당의 분열을 조장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고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17일 SNS에서 “2004년 차떼기로 당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을 때 당 대표를 필두로 37명의 중진들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당을 소생시키고 젊은 정치에 공간을 열어줬다”며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오신 중진들께서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전날 언급한 ‘거취 정리’가 사실상 차기 총선 불출마 요구라는 해석이다.
윤 위원장은 앞서 △계엄·탄핵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에 수록 △최고위원제 폐지 △8대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사과 등 3대 혁신안을 제시했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3대 혁신안은 오는 20일 의원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인데, 지도부와 친윤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윤 위원장은 3대 혁신안의 관철을 위해 ‘거취 정리 명단’을 공개하면서 지도부와 친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윤 위원장이 ‘거취 정리 명단’까지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지도부와 친윤은 꿈쩍도 안 하는 분위기다. 송 비대위원장은 16일 논란이 된 자신의 토론회 참석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우리 당 의원들이 행사나 세미나를 개최했을 때 가서 축사하는 것은 기본적인 책무”라며 “(혁신위측의 비판에 대해) 전혀 공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장동혁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지금 거취를 표명해야 할 사람은 강선우 여가부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다. 윤 위원장의 오발탄으로 모든 것이 묻혀버렸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의원은 SNS에서 “혁신의 정답은 현장에 있고 현장 속에서 민심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윤 위원장의 요구를 애둘러 거절했다.
계파 이익을 좇는다는 지적을 받은 친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언더73’에 속한 류제화 당협위원장은 16일 SNS를 통해 “언더73이 제안한 다섯 가지 당헌 개정안 중 두 가지(시도당위원장 직선제, 당원소환제 확대)를 혁신안에 버젓이 반영해놓고 이제 와서 저희가 계파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니 이러기냐”고 반발했다.
윤 위원장이 잇따라 혁신안을 내놓지만 지도부, 친윤, 친한이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혁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갈수록 증폭될 조짐이다. 윤 위원장측은 추가적인 ‘거취 정리 명단’을 발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혁신위 관계자는 “혁신을 가로막고 반대하는 이들이 명단에 추가로 포함될 것”이라며 “언론에 (혁신 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쌍권(권영세·권성동)은 8대 사건(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관련된 것으로 자주 보도됐다.
반면 지도부와 친윤은 비대위와 의원총회를 통해 사실상 혁신안 무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송 비대위원장은 “절차적으로 혁신 방안은 혁신위 안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의결하면 비대위에 보고되고, 비대위에서 최종 혁신 방안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