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퇴직연금, 기금형 운영보다 가입자 교육 강화부터

2025-07-18 13:00:05 게재

2022년 7월 퇴직연금제도에 사전기금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됐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왜 채무불이행(Default)같은 단어를 하필 퇴직연금에 붙였느냐” “파산해도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명분쌓기 아닌가” “책임은 근로자에게 넘기고 빠져나가는 이름장사하려는 것 아니냐” 등 새로운 이름에 대한 오해와 혼란 그 자체였다.

여기에 46개 퇴직연금사업자 별로 TDF BF SVF SOC 등으로 분야별 금융상품 수를 모두 합치면 315개 이상의 금융상품을 판매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제도 명칭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지식과 교육을 통한 이해가 필수다. 이런 것을 기존 저수익률을 시현한 퇴직연금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디폴트옵션을 서명하고 계속하라는 것은 속박적 교육강요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외부의 객관적 전문교육기관 통해 차분하게 정기적 지속적인 비교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퇴직연금 상품선택과 운용에 따르는 자기책임 주의가 이뤄질 수 있다.

디폴트옵션, 어려운 용어만큼 활용도 낮춰

자칫 교육암흑기 터널에 진입해 특정 퇴직연금사업자의 식민이 돼 고객대접을 받지 못하는 노후 불행열차에 동승하게 될 수도 있기에 상품 비교분석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에 발맞춰 직장인들이 주식 펀드에 열공 중이다. 부동산 투기보다 내 퇴직연금 수익률 올리기 공부에 딱 좋은 시점이다.

국민연금은 총 납입한 돈에서 나의 연금 찾는 것이지만, 퇴직연금은 내 퇴직급여를 쌓아올리면서 미래연금을 불려 나가는 것이다. 자산이 적은 청년들일수록 앞으로 쌓아갈 금액과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조금 어려워 보이는 디폴트옵션의 금융상품 이해하기에 나서자. 정부와 국회는 다른 것보다 우선해 이에 걸맞은 퇴직급여보장법 제32조(사용자의 책무) 2항을 개정해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위탁 할 수 있다’를 ‘자사가입 퇴직연금 사업자에게는 교육을 위탁 할 수 없다’라고 바꾸는 것이 민간기금사업자를 복수로 만들어 운용하는 것보다 경비나 효율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가입자들을 대신해 사전에 설정된 운용방식을 통해 최소한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올려보자는 취지였다. 인공지능(AI)가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듯 2000만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대해 객관적으로 배워야 제대로 된 수익률 향상이 가능하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지식과 판단력이 없다면 어떤 운용전략도 결국 장식품에 불과하다.

디폴트옵션 시행 3년, 수익률 향상을 위한 실질적 제도평가보다는 혼란스러운 대책들을 마주하고 있다. “50조 규모 민간기금 운용단체 복수설립으로 수익률 경쟁을 유도하겠다” “3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퇴직급여 지급” “퇴직연금공단 설립”등이 제기됐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에 따르는 논공행상식 위인설관으로 비쳐지며 관련 비용과 수수료만 가입자들에게 더 얹히는 볼썽사나운 연출일 뿐이다. 책임성 회피와 실효성 약화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적 혼선만 증명해 보인다.

확정급여형, 수익 일부를 가입자에게 분배

기업은 법에 따라 돈만 낼뿐 대안은 없고, 가입자인 근로자들은 무관심 속에 집단적 수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은 분명 민간 금융사업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공적책임을 뒤집어 쓴 채 수익률보다는 자사 이익과 수수료 수입에 매몰된 20여년의 결과치를 되풀이하고 있다.

옥상옥을 만들고 비용을 더 들이고 무슨 공단 만드는 것보다 가장 확실하게 수익률을 향상시키는 것은 가입자 모두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닌 경쟁금융사업자나 외부 전문교육기관에 하루100원, 연간 3만원씩이라도 교육비를 부담하고 경쟁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규정을 만들면 된다.

손자병법 진형편에는 ‘어지럽기 전에 다스리고 위태롭기 전에 보호하라’(치우미란 보우미위, 治于未亂 保于未危)라고 했다. 지금 퇴직연금제도는 이 원칙을 거스르고 있다. 이제 각 산업과 기업의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금형보다 퇴직연금운용위원회를 중심으로 실력있는 외부 민간 전문가와 금융기관들을 선별해 기업별 산업별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률 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노조도 더 이상 남 탓에 머물지 말고 제도에 대한 실질적 책임과 권한을 나눠야 한다.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에서는 노사간 협의 통해 일정 수익률이 발생하면 수익의 일부를 가입자인 근로자에게 분배하는 합의형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후불적 임금의 성격을 지닌 퇴직연금의 본질에 맞는 인센티브다,

이영하

연금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