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떳떳하면 특검 수사 왜 거부하나

2025-07-18 13:00:12 게재

“떳떳하면 사정기관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 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졌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20대 대선이 본격화되던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지은 죄가 없으면 ‘대장동 특검’을 수용해 당당하게 수사를 받으라는 요구였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활용해 자신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안을 회피하더니 새정부 출범 후 본격 가동된 특검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조은석 내란특검팀과 출석시간 출입방식 등을 놓고 신경전을 펼친 끝에 2차례 조사를 받은 게 전부다.

10일 재구속 이후론 출석요구를 아예 거부해 특검이 강제구인까지 나섰지만 윤 전 대통령이 완강히 버티는 바람에 2번이나 불발됐다. 이에 특검이 교정당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 3차 강제구인을 시도하자 윤 전 대통령측은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는 보장되는 게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피의자는 법에 따른 절차를 따라야 한다. 더구나 윤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형사사법체계를 존중해야 할 검찰총장 출신 아닌가. 다른 피의자들이 그를 따라 출석요구와 강제구인에 불응한다면 사법체계는 어떻게 되겠나.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측은 위헌적인 특검이 참여하는 공판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재판까지 거부하고 나섰다. 법원이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하며 그 실체를 인정했는데도 말이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은 “국정마비의 망국적 비상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통령 재직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과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여러 차례 해명했다.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선 “전화통화는 했지만 부정한 청탁은 오가지 않았다”고,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선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외압의 실체는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선 “문재인정부가 탈탈 털었지만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죄 지은 게 없고 떳떳한데 왜 특검 수사를 거부하는지 모를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재판과 특검 소환조사를 받으며 국민 앞에 설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에게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 같은 건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법과 절차만이라도 제대로 따라주길 바란다. 다른 피의자들이 그런 것처럼.

구본홍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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