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주한미군 감축 예산 제한 추진
전작권 이양 예산도 제한
강력한 의회 견제 부활
미국 상원이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제기돼 온 주한미군 감축 우려에 대한 사전 대응으로 의회가 행정부의 일방적 조치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법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이번 법안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을 약 2만8500명으로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 병력을 감축하거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 측에 이양하는 데 국방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하원 법안에도 주한미군 병력 유지 문구가 포함되어 있지만 예산 사용 제한 조항은 빠져 있어 향후 양원 간 조율 과정이 주목된다.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2021년 NDAA에 포함됐던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삭제됐다가 이번에 5년 만에 부활했다. 특히 이번에는 전작권 이양까지 예산 제한 대상에 처음으로 포함돼 의회의 통제 강도가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문제를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해석된다. 다만 법안은 감축이나 전작권 이양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일본·유엔군사령부 등과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는 국방부 장관의 보증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예산 사용을 허용한다는 단서도 포함하고 있다. 또 주한미군 감축이 한미일 안보와 인도태평양 방위태세, 역외 작전 능력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전작권 이양에 대해서는 한미 간 합의된 세 가지 조건 충족 여부, 한국 주도의 연합사 운영 방식, 이양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 확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한 뒤 그 결과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단순히 예산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전에 철저한 검토와 절차를 요구함으로써 행정부 단독 결정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NDAA는 매년 미국의 안보 전략과 국방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법안으로 상·하원을 각각 통과한 후 내용 조율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상원과 하원이 모두 주한미군 병력 유지에 뜻을 같이한 만큼 해당 내용은 최종법안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