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나마 항만 매각에 제동
‘코스코 참여 없으면
거래 차단하겠다’ 경고
미·중 간 갈등 고조
중국 정부가 파나마 운하 인근 항만을 포함한 글로벌 항만 매각 거래에 자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해운(COSCO Shipping)가 참여하지 않으면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이 블랙록(BlackRock)과 지중해 해운회사 MSC가 추진 중인 CK허치슨의 항만 자산 인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소유한 전 세계 40개 이상의 항만, 특히 파나마 운하 양쪽에 위치한 두 주요 항만의 지분을 블랙록과 MSC에 약 230억달러(약 30조원)에 매각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 거래에서 코스코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해당 매각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측은 “코스코가 블랙록과 MSC와 동등한 지분을 보유한 공동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블랙록과 MSC, 허치슨 측은 현재 코스코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기존 독점 협상 기한이 종료되는 오는 7월27일까지는 코스코를 공식 협상 파트너로 포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거래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나마 운하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 자본의 항만 지분 보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WSJ는 “파나마 항만 지분이 중국 국영기업으로 넘어가는 어떤 형태의 거래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은 미중 간 무역 긴장 속에서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 당시에도 이번 항만 거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국영기업들에게 CK허치슨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과거에도 서방국가들의 해운사 간 글로벌 제휴를 정치적 이유로 차단한 전례가 있다. 2014년에는 MSC와 프랑스 CMA CGM, 덴마크 머스크(Maersk)의 선박 공동 운항 제휴를 거부한 바 있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거래가 코스코를 배제한 채 마무리될 경우, 규제 수단을 동원해 거래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랙록과 허치슨은 중국 내에도 사업 기반이 있으며, MSC 역시 중국 수출물량의 주요 운송사인 만큼, 중국의 압박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향후 협상 추이에 따라, 글로벌 항만 운영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