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테슬라 위협하는 기술 강자로
기술혁신으로 시작된 반격
칩, 자율주행 내재화 자신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전기차 황제 테슬라의 아성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저가 차량 전략으로 성장해온 BYD는 자율주행과 AI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며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면에 나섰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BYD 고위 임원은 “테슬라는 우리가 배워야 할 존재”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하지만 오늘날 BYD는 기술과 가격 양면에서 테슬라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판매량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000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BYD는 올해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BYD의 반격은 기술혁신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왕촨푸 회장은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신의 눈(God’s Eye)’을 공개했고, 한 달 뒤엔 5분 만에 470㎞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초고속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IMD 경영대학원의 마크 그리븐 교수는 “머스크가 배터리 기술에 집중하는 사이, 왕 회장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로 진격했다”고 평가했다.
BYD는 2020년 43만대였던 연간 판매량을 2024년 427만대로 10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 중 순수 전기차(BEV)는 176만대였다.
반면 테슬라는 같은 기간 50만대에서 179만대로 늘었으나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BYD의 우위는 명확하다.
상하이 자동차 컨설팅사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BYD의 점유율은 21%로, 테슬라 8%를 크게 앞선다. 테슬라가 2013년 중국에 첫 모델을 들여와 전기차 열풍을 일으켰지만, 이후 중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상하이에 테슬라 공장 설립을 허용하며 자국 공급망 현대화에 활용했다. 그 대가로 중국 업체들은 테슬라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개선해냈다.
그 대표 사례가 ‘기가캐스팅’이다. 이는 수많은 부품을 용접하는 대신, 차량 하부 섀시를 한 번에 주조·프레스 가공하는 방식으로, 스페이스X에서 개발한 알루미늄 합금이 핵심이다. 또한 약 100가지 원가절감 방식도 탁월하다. BYD가 테슬라 기술을 도입하면 최대 1860달러 절감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테슬라도 반격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미국 정부 직책을 내려놓고 자율주행차, 로보택시, AI 로봇 등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뒤 자율주행 없는 자동차 회사는 생존할 수 없다”며 테슬라의 미래 가치를 5조달러로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테슬라의 약점이 뚜렷하다. 중국의 데이터 보안 규제와 미국의 AI 학습 금지 조치로 인한 이중 제약 때문에 테슬라의 중국용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은 본사 버전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면 BYD는 연 430만대 차량이 쌓는 데이터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심지어 엔비디아 칩을 저가 모델에도 적용할 뿐 아니라 기술 확산 속도도 빠르다. BYD는 일부 자율주행 부품에 외국 기술을 쓰고 있지만, 곧 자사 칩과 플랫폼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BYD의 성공은 중국 제조업 생태계의 진화와 맞물린다. 긴밀한 공급망과 축적된 인프라, 인재 덕분에 빠른 반복 개선이 가능하다. HSBC에 따르면 BYD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도 전부 내재화할 계획이며, 심지어 로봇 생산도 가능하다고 공언하고 있다.
BYD의 스텔라 리 부회장은 FT 인터뷰에서 “테슬라와의 경쟁이 우리를 더 나은 기업으로 만든다”며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며 기술 내재화를 단언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