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놓고 미·중 막판 기싸움
허치슨 지분 매각에 중국 선사 코스코 참전
27일까지 블랙록컨소시움 독점 협상기간
파나마운하 양쪽 항만에 대한 지분을 놓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막판 기싸움이 치열하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최대 해운기업 코스코(COSCO)가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항만 매각 거래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번 거래 대상은 파나마운하 양쪽 두 개 항만을 포함해 23개국 43개 항구 지분을 보유한 홍콩기업 CK허치슨 지분이다.
터미널 인베스트먼트는 스위스의 세계 최대 선사 지중해해운(MSC) 계열사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파나마운하의 2개 항만은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그 외 모든 항만은 MSC가 보유하게 된다.
파나마운하에 있는 5개 항만 중 홍콩자본 허치슨이 운영하는 발보아·크리스토발 등 2개 항만은 이번 거래에서 4% 비중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으로 이 두 곳 항만 지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계약이 성사되면 세계 최대 선사가 세계 항만 운영에 대한 지배권도 갖게 되는 상황이지만 세계의 관심은 미·중 양국의 자존심 싸움의 상징으로 떠오른 파나나운하 항만에 쏠린 것이다.
예비계약에 따라 이달 27일까지 허치슨 지분 매각 협상에 코스코가 참여할 가능성은 없다. 이날까지는 블랙록컨소시움이 독점 협상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소유 기업의 파나마운하 항만 지분 거래에 참여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무력사용 가능성도 시사했고, 홍콩자본 허치슨이 운하 항만을 소유하는 것도 반대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당선인 시절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 지배력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것(군사·경제적 강압 수단 배제)을 약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파나마운하 지배력 강화 흐름에 따른 허치슨과 블랙록컨소시움 거래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지난 5월 스위스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 당시 중국 측은 자국의 거래 참여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은 블랙록 MSC 허치슨 측에 코스코가 배제될 경우 매각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 블랙록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허치슨 항만 운영권을 매각하려는 계획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감독총국은 당시 “반독적 심사 승인을 받지 않고 기업 결합을 시행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명시했다.
3월에는 중국의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허치슨과 블랙록 거래를 중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는 국영언론 논평을 게시했다.
당시 논평은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이 중국의 해상무역을 제한할 것이고 △중국기업은 물류 및 공급망에서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