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우 의장이 동시에 띄운 ‘개헌’

2025-07-18 13:00:48 게재

이 대통령 ‘국회 주도 개헌’ 무게 … “여야 합의하면 지원”

과거 실패 사례 반면교사 측면 … ‘단계적 개헌’ 이뤄지나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절을 맞아 동시에 개헌 이슈를 띄웠다. 마침 같은 날 만찬 회동까지 한 두 사람은 12.3 불법계엄 때 두드러졌던 국민들의 헌법 수호 의지를 돌아보는 동시에 개헌 관련 논의를 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찬 자리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18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우 수석은 전날 이 대통령의 개헌 언급에 대해 “대통령선거 때 (이 대통령의 개헌)공약을 보면 자세하게 다 있다”며 “국회에서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를 해라, 그러면 대통령도 대통령이 공약한 범위 내에서 열심히 동의하고 지원하겠다 이런 의사를 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이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국회가 헌법개정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배경에는 국회 중심 개헌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계절이 바뀌며 옷을 갈아입듯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회 주도 개헌’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우 의장은 같은 날 ‘단계적 개헌론’을 띄우며 적극 화답했다. 우 의장은 17일 제헌절 경축식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게 헌법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전면적 개헌보다 단계적, 연속적 개헌으로 국회와 정부, 국민이 모두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개헌으로 첫발을 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는 물론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은 개헌 내용으로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통제 장치 도입 등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도 페이스북 글에서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국민 기본권 강화, 자치분권 확대, 권력기관 개혁까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헌법의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는 개헌 이슈를 회피하곤 하던 기존 관례를 탈피한 데다 입법부 대표인 국회의장도 적극적인 개헌 의지를 표하면서 개헌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애초 개헌 구상에 포함돼 있던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등 권력구조에 대한 내용을 페이스북 글에선 언급하지 않은 부분도 향후 개헌 이슈 전개의 걸림돌을 치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괜한 분란만 일으킬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섣불기 꺼내기보다는 합의되는 것부터 차근차근 고쳐나가자는 실용적 관점에서 개헌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 내에선 자칫 과거 정부에서처럼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끌고 나가는 식으로 비치는 것도 경계하는 기류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발표했다가 오히려 야당의 더 큰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우 수석도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면 야당이 또 반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87년 이후 한번도 바뀌지 못한 헌법에 조금이나마 ‘새 옷’을 입히려면 이런 정치적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 대통령과 우 의장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 수석은 곧 개헌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 협의가 되면 지방선거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1차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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