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가스기업, 생산·투자 악화
상반기 유가 손익분기점 밑으로 … 지난주, 12주만에 굴착장비 추가
미국 에너지회사들이 12주 만에 석유·천연가스 굴착장비를 추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미국 빅 석유·가스기업들은 유가하락으로 생산 축소·투자 위축·실적 악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에너지서비스기업인 베이커휴즈의 보고서를 인용, “미래 생산량의 초기 지표인 석유·가스 굴착장비 수가 7월 셋째주 7개 증가해 544개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증가폭이자 12주 만에 증가세 전환이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전체 굴착 장비 수는 7% 감소한 수치다. 미국내 가장 큰 석유·가스 생산지인 텍사스에서는 굴착 장비 수가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석유·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에너지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주주수익 증대와 부채상환에 집중했다”며 “석유·가스 굴착 장비 수는 2023년 20%, 2024년 5% 각각 전년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WTI 가격은 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이후 배럴당 75.14달러까지 올랐으나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60달러 중반대로 내려왔다.
현재 국제유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세계 경제성장 둔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 중산 등으로 올 초 기록한 최고치 80.04달러 대비 15%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철강 등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도 생산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철강·장비 수입비용 급증은 시추 비용을 배럴당 약 10% 추가 상승시킨다”고 내다봤다.
미국 금융서비스 회사인 TD 카웬이 추적한 독립적인 탐사 및 생산(E&P) 회사들은 2024년 수준에서 2025년에 자본 지출을 약 3%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 4월부터 6월 초순까지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65달러를 하회하면서 미국 셰일업계와 빅 오일 기업들은 신규 시추 및 투자 계획을 잇따라 축소했다.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다.
라이언 랜스 코노코필립스 회장은 “유가가 50~60달러 수준이면 미국의 셰일 생산은 정체되거나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석유·가스기업들이 생산 축소·투자 위축·실적 악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경기둔화 및 유가하락을 이유로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증가 전망치를 기존 보다 10만~15만배럴(1일) 축소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상황을 단순한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규정하며, 금융투자 축소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경고하는 분위기다.
미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분기별 에너지 설문조사(6월 18~26일)에 따르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에너지 기업들의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25년 1분기 3.8이었던 제조업활동지수는 2분기 -8.1로 떨어졌다. 2분기 원유 생산지수는 1분기 5.6에서 -8.9로, 가스 생산지수는 4.8에서 -4.5로 각각 하락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기업들이 7월 셋째주 석유·천연가스 굴착 장비를 추가한 것은 7월들어 WTI가격이 배럴당 65~70달러 선을 유지하는 등 손익분기점을 소폭 넘어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