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랴 투기 막으랴…주택공급 ‘안간힘’

2025-07-21 13:00:04 게재

서울시 집값 상황 주시 속 공급대책 속도전

토허제 위반 단속·재건축 규제완화 ‘병행’

주택공급 속도전에 나선 서울시가 규제 완화와 투기 차단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21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동산 불법행위 신속대응반을 꾸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이용 실태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였다.

지난 6월부터 외국인이 취득한 부동산을 점검한 결과 취득 당시 목적에 따라 이용하지 않는 사례 3건을 발견하고 이행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지난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광진구 자양4동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대상지역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시는 토지거래허가에 따라 부동산을 취득한 뒤 당초 허가 목적에 따라 부동산을 이용해야 하는 의무대상 총 8000여건 가운데 외국인 소유 99건을 대상으로 자치구와 함께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인테리어, 사무실 등 자기 사업 목적으로 허가를 받고 실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곳, 실거주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놓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곳도 적발됐다.

토허제상 이용 목적을 위반한 거래는 이행명령에 처해지며 3개월 내에 허가 목적에 맞게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 고발조치에 처해질 수 있다.

시는 국토부와 함께 합동 조사도 진행 중이다. 토지거래허가 의무 이행 여부, 자금조달 내역을 집중 조사하며 현장 점검 횟수도 주 3회 이상으로 늘렸다.

한쪽에선 투기 차단을 위해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하지만 다른쪽에선 규제완화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광진구 재건축 현장을 방문한 오 시장은 “추진위원회 없이 곧바로 조합설립으로 건너뛰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자투표·보조금 조기 지원·추진위 생략 등으로 (재건축 기간을) 몇년씩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대출억제책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실거주 목적의 고령층 대출을 막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건축심의는 대상 자체를 축소했다. 기존 대비 60%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시 건축위원회 운영기준을 재정비해 기존에 216개이던 심의항목을 78개까지 줄인다. 시 관계자는 “과도한 건축 심의로 인한 불편과 재산권 침해를 해소하고 심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위 운영기준을 전면 개정한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재건축 걸림돌로 꼽히던 공공기여 비율 완화에 나섰다. 재정비촉진계획을 연거푸 개선해 현행 전체 부지면적대비 10% 이던 공공기여 비율을 기반시설 충족여부에 따라 폐지까지 가능하게 바꿨다. 또 비주거비율을 축소해 상업지역은 현행 20% 에서 10% 이상으로, 준주거지역은 현행 10% 이상이던 조건을 아예 없앴다. ◆아슬아슬한 균형 잡기 = 전문가들은 규제완화와 투기차단은 양날의 칼이라고 말한다. 둘 사이 균형이 유지되면 집값 안정과 공급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한쪽으로 쏠릴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재지정 논란 때처럼 타이밍을 놓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시장 혼선이 가중돼 당근과 채찍 전략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 상황은 공급 속도가 급증하는 주택 수요를 따라가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칫 성과없이 규제만 풀어준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규제는 한번 풀리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와 투기 예방 사이에서 정교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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