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자화자찬에도 싸늘한 민심
재집권 6개월 평가 엇갈려 “2월 지지율 53%→현 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6개월을 맞아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1년 전 미국은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죽은 나라였다”면서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다시 태어났다”고 자평했다. 또 지난 6개월을 “어느 대통령에게나 가장 중대한 시기”라면서 “주요 국가를 되살리는데 6개월은 결코 짧지 않다”는 발언으로 성과를 부각했다. 여러 나라 간 전쟁을 종식시키고 우호 관계를 회복했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자신을 둘러싼 논란 중 하나인 제프리 엡스타인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관련된 거짓말이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과 말썽꾼들에 의해 퍼졌지만, 공화당과 마가(MAGA) 지지율은 급등했다”며 “조사에 따르면 내 지지율은 90% 이상이며 이는 공화당 내 새로운 기록”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미국내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같은 날 미국 CBS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234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4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월 9일 취임 직후 조사에서 기록한 53%보다 11%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후 3월 51%, 4월 47%, 6월 45%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지지율은 정당과 정치 성향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공화당 지지자의 89%는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또 보수 성향 응답자의 86%는 트럼프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진보 성향 응답자의 지지율은 5%에 머물렀다. 정책별로도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지지율은 36%, 경제 정책은 40%,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이민 정책은 44%로 조사됐다.
관세정책에 대한 불만도 컸다.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들었던 이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응답자는 40%였고, 반대는 60%였다. 또한 57%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에 대해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봤고, 61%는 행정부가 이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경제 분야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프리 엡스타인 의혹과 관련된 정부 대응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응답자의 75%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불만족한다고 답했으며, 89%는 연방 법무부가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2019년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로 그가 작성했다는 ‘성 접대 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는 소문과 타살설이 제기되며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도 당파적 시각차가 컸다. 공화당 지지자 절반은 트럼프 정부의 대응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자의 92%는 불만족한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