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산업혁명은 우주에서 시작

2025-07-21 13:00:21 게재

우주 반도체·신약·청정에너지 지구 경제의 확장판

다음 산업혁명의 무대는 더 이상 지구가 아니다. 1차 산업혁명은 맨체스터의 방적공장에서, 2차 산업혁명은 디트로이트의 조립라인에서, 디지털혁명은 실리콘밸리의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산업혁명은 지구에서 약 400킬로미터 떨어진 우주 궤도에서 펼쳐지고 있다.

MIT 우주탐사연구소 창립자이자 오렐리아 연구소 최고경영자(CEO)인 아리엘 에크블로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우주에서의 산업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2040년이 되면 반도체가 지구 밖 궤도에서 생산되고, 초대형 태양광 시스템이 우주에서 가동될 것”이라며, “우주 경제는 공급망, 운송, 소비재까지 포함해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 산업의 확산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발사 비용의 급락이다. 지난 15년간 로켓 발사 단가는 1킬로그램당 5만달러에서 2000달러 이하로 낮아졌으며, 스페이스X의 재사용형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이 상용화되면 2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크블로는 “이제 로켓 가격은 택배 요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주 환경은 새로운 제조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력이 거의 없는 조건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 결정화를 용이하게 하며, 기존에는 만들 수 없었던 합금을 가능케 한다. 스페이스X는 ‘스타폴’ 프로그램을 통해 궤도 내 의약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제약사가 이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우주는 판을 바꿀 수 있다. 궤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날씨나 밤낮의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 일부 정부는 이 에너지를 지구로 전송하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성공할 경우 에너지 비용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우주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높이고, 우주에서 제조된 의약품은 기존 치료 불가능했던 질병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에크블로는 “우주 인프라는 지구에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고 주장했다.

위성 산업은 이미 거대한 정보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성 영상은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되며, 물류 기업은 경로 최적화에, 소매·농업·수자원·공급망 분석에도 활용된다. 미국 스타트업 로커스록은 도시 밀집지역이나 전자교란 환경에서도 정밀한 GPS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위성 기반 수신기를 개발해 자율주행차나 군사작전, 우주선 항법 등에 필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에크블로는 “우주는 이제 전략적 주목이 필요한 차세대 산업이다”고 강조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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