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기사, 삼성전자서비스 근로자”

2025-07-21 13:00:07 게재

대법, 소송 12년만에 확정 “근로자 파견관계 인정”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서비스 기사의 파견 관계를 인정하면서 이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는 서비스 기사에게 정규직 직원과의 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소송이 제기된 지 12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 기사 A씨가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등 소송 상고심에서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169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금액은 고용 간주 시점부터 퇴사일까지 A씨와 정규직 직원들과의 임금 차액이다.

원고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수리기사들은 지난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와 2년 이상 근로자 파견 관계가 존재했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고 직영 서비스 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소송에 참가한 수리기사는 총 1335명이었으나 1심 패소와 2심 진행 중 2018년 노사 합의에 따른 직접 고용으로 4명만 남기고 소를 취하했다. 3명은 대법원 심리 중에 소를 취하해 1명만 소송을 이어왔다.

1심은 원고들의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 근로자 파견관계 주장을 모두 배척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각 협력업체 마다 독자적인 취업규칙이 존재해 고용형태, 임금, 복리후생 등이 다르다는 점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됐다고 봤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산시스템을 사용한 것은 업무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사용했을 뿐 업무 배치나 근태 관리는 협력업체에서 관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근로자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협력업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에 근로자를 파견 내지 공급할 목적으로 기사를 고용·파견·관리하는 업무를 했다고 보일 뿐”이라며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전자시스템을 통해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 기사들에게 업무를 배정해 수행하게 하고 업무매뉴얼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가 정한 업무수행 방식을 따르게 했다”며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 간주·고용 의무가 발생한 시점부터 퇴사일까지 기간에 대해 원고들과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전자서비스측은 파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형사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점 등을 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이 옳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형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 이유 중 대표자들의 파견법 위반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정당하다고 봐 상고를 기각했을 뿐”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서비스 기사들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형사 판결의 사실인정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 직접 고용관계 성립 이후 파견 근로자가 퇴사했더라도 직접 고용 간주 관계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직접 고용관계 성립이 간주된 뒤 파견 근로자가 사직·해고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직접 고용 간주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파견 근로자가 사직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해당 파견 근로자가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