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서명안한 공인중개사 “자격정지 정당”

2025-07-21 13:00:14 게재

법원 “실질적 중개업무 했다면 함께 서명해야”

아파트 전세계약을 중개하고도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공인중개사에 대한 행정청의 자격정지 처분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서울 관악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소속공인중개사 A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공인중개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3년 5월 23일 전셋집을 구하던 B씨에게 아파트를 소개해주고 계약조건·특약사항이 담긴 가계약서와 집주인의 계좌번호 등을 문자로 전달해 줬다.

B씨는 이튿날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A씨는 계약을 맺던 자리에 입회는 했으나 전세계약서 작성과 서명은 같은 부동산중개법인 소속의 다른 공인중개사 C씨가 진행했다. C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중개 의뢰를 받은 공인중개사였다.

B씨는 다음날 ‘전세사기 우려’ 등으로 불안해한 후 A씨가 공동중개인으로 포함되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잔금지급 없이 계약을 파기하고, 이후 민원을 냈다. 이에 서울시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들어 A씨에게 자격정지 3개월을 처분했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가 완성되면 개업공인중개사가 계약서에 서명·날인하되 중개행위를 한 소속공인중개사가 있는 경우 소속공인중개사가 함께 서명·날인하도록 정한다.

원고는 재판에서 “가계약서를 보내주었을 뿐 중개보수를 지급받은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중개행위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어 서명·날인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소속공인중개사로서 공동 중개했고 전세계약이 성립돼 중개가 완성됐음에도 전세계약서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서명 및 날인을 하지 않았으므로,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물건 소개, 가계약 전달, 조건 조율, 계약 입회, 사후 응대 등 전반적 중개업무 수행했고, B씨도 A씨를 통해 계약이 체결됐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가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고, 중개보수를 받지 않았다 해도 중개행위는 이미 완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인중개사가 계약서 작성 이전까지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알선·중개를 했음에도 단순히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고 서명·날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의무를 자의적으로 회피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서명·날인을 통해 중개업무수행의 직접성과 공식성을 확보하려는 공인중개사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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