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초반 기선…윤 저항에 ‘내란척결’ 힘 실렸나

2025-07-21 13:00:15 게재

민주 대표 경선,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62.65% 지지

의원 지지 높은 박 초반 열세 … 8월2일 ‘원샷’ 투표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내란척결’을 강조한 정청래 후보가 경선 초반 승기를 잡았다. 당내 선거 특유의 선명성 우위에, 탄핵 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저항과 국민의힘의 혁신 거부 움직임 등이 민주당 권리당원의 표심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박찬대 후보가 ‘안정적 리더십’ 대신 개혁목소리를 높이는 쪽으로 전략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당원의 33.5%가 몰려 있는 호남권 경선을 당초 26일에서 오는 8월 2일로 연기한 것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수해 현장 찾은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두 번째)·박찬대(왼쪽 세 번째) 당대표 후보가 21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수해 현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20일까지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한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정청래 후보는 62.65%를 득표해 37.35%를 기록한 박찬대 후보를 큰 차이로 눌렀다. 충청권에선 62.77%, 37.23%를 영남권에서는 62.55%, 37.45%를 각각 득표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가장 비중이 큰 권리당원(55%) 투표에서 정 후보가 일단 앞서는 모양새다. 영남권 경선 직후 정 후보는 “경선 결과는 내란세력을 척결하라는 당원들의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강력하고 신속한 개혁을 내세운 정 후보의 개혁 리더십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내란과의 전쟁은 진행 중이며 내란당의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면서 “검찰·언론·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내란 정당은 해산해야 하고, 정당 보조금도 환수해야 한다”며 초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정당 내부 선거의 특성과 정권교체 후 내란특검 등 3대 특검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상황이 정 후보측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당내 선거에서는 내부의 여러가지 흐름 중에 가장 선명한 지향점을 강조하는 후보나 주장에 관심이 모아지기 마련”이라며 “내란 조기종식과 개혁 완수 이슈를 선점한 후보가 유리한 구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거부하고 국민의힘이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수구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보다 강력한 대응을 원하는 민주당 핵심지지층의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경선 결과가 민주당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보다 훨씬 큰 격차를 보인 것도 이런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한 초선의원은 “현역의원들의 지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박찬대 후보 득표율이 예상보다 낮아 놀랐다”면서 “두 후보의 정치경험이나 인지도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심과 의원들의 의중에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원내대표 경험을 살려 안정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이재명정부 국정운영을 돕겠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개혁 의지 등이 상대적으로 가려진 것이 득표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 경선 결과와 관련해 박찬대 후보는 2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정 후보에 대한 높은 결집력이 나타났다”면서 “호남과 수도권에서 더 낮은 자세, 더 넓은 마음으로 당원들에게 다가가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에서 호남권(광주·전남·전북)과 수도권(경기·인천) 권리당원 투표를 당 대표가 결정되는 다음 달 2일에 한꺼번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8월 2일 호남권과 경기·인천권, 서울·강원·제주 경선이 통합해 치러지고 이날 국민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 결과를 합산해 당선자를 결정하게 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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