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채상병사건’ 수사외압 정황 확인

2025-07-21 13:00:16 게재

“이 장관 지시, 혐의자 2명만” 녹취록 확보

이종섭 전 장관측 “구체적 지시한 사실 없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해병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과정에 국방부 수뇌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1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병특검은 국방부 수뇌부가 ‘장관 지시’를 언급하며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라”고 말하는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측은 “혐의자를 2명으로 하라고 구체적으로 축소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실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이 전 장관을 수행했던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소장)이 2023년 8월 채상병 사망 사건을 재검토하던 국방부 조사본부 장교 A씨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이 “(상부에서)원하는대로 해주면 안되느냐”고 묻자 A씨는 “장관의 지시냐”고 되물었다.

이어 박 전 보좌관이 “장관 지시 맞다”며 “혐의자를 6명으로 했는데 2명만 하는게 맞지 않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 수사단에도 채상병 사건 관련 혐의자를 축소하라는 지침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채상병 사망 직후 초동 조사에 착수한 해병대 수사단은 2023년 8월 2일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겼지만, 군 검찰단은 같은 날 사건 기록을 경찰로부터 회수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은 9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사건 재검토를 지시했다.

특검은 조사본부가 ‘중간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 전후 수사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중간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 등 6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구체적으로 적시했으나, 조사본부는 2023년 8월 21일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대대장 2명의 범죄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재이첩했다.

박 전 보좌관은 채상병 사건이 발생한 그해 말 장성 인사에서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부임했다.

특검팀은 추후 박 전 보좌관을 소환해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에 개입한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이종섭 전 장관측은 혐의자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언론 공지를 통해 “애초 이 전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채상병 사건) 재검토를 지시할 당시 국방부 검찰단 등의 의견도 들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법무관리관실과 국방부 검찰단 의견을 받아본 결과 (혐의자가 2명이라는) 그 의견이 조사본부가 제시한 의견(혐의자 6명)보다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해 군사보좌관과 관련 대화를 나눈 바 있다”면서도 “‘혐의자를 2명만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을 사건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국군방첩사령부 동향보고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임 전 사단장 등 간부 8명을 경찰에 이첩하기로 한 초동수사 결과를 두고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