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테플론 회복력’속 균열

2025-07-22 13:00:02 게재

고관세·지정학 위기에도 놀라운 성장 지속 … 재정 여력, 정책 신뢰는 점차 약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 있는 셰이 홈즈의 다세대 주택 건설 프로젝트에서 작업 중인 건설 인력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중동 전쟁, 중앙은행 압박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S&P500과 글로벌 MSCI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선진국 전반에서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월 17일자 사설과 팟캐스트에서 이를 “테플론 경제(Teflon economy)”라 명명하며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흔들리지 않는 경제”라고 평가했다.

‘테플론 경제’란 프라이팬 코팅제로 잘 알려진 테플론처럼, 외부 충격이 경제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는 비유다. 고율 관세, 에너지 위기, 전쟁과 같은 외생 변수에도 실질 GDP 성장과 고용 지표가 쉽게 꺾이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의미한다.

팟캐스트에 출연한 마이크 버드 기자는 “대다수 사람들은 지정학적 충격이 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증시가 오히려 상승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공급망도 코로나19 당시 우려와 달리 빠르게 회복됐고, 서비스 중심의 미국 경제는 무역 충격에 특히 강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재정지출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를 뒷받침해왔고, 많은 신흥국들도 환율 자유화 및 자국 통화 표시 국채 발행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였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급증한 재정지출의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정부들이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대응으로 GDP의 10% 이상을 지출했으며, 미국은 지난해에도 GDP 대비 7%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최근 파월 의장 해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팟캐스트 진행자인 제임스 베넷은 “트럼프는 연준이 자신의 정책을 따르기를 원한다”며 “이는 연준의 독립성과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율 관세도 잠재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부터 새로운 보복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으며, 현재 미국의 실질 관세율은 20%를 넘어선 상태다.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연간 약 25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연구원은 “소비자 물가 상승, 가계 실질소득 감소, 고용시장 둔화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 불확실성은 투자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트레인은 “많은 기업들이 2025년 1분기에 대규모 수입을 선제적으로 늘리며 재고를 쌓았다”며 “이는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며, 그 영향은 소비 지표를 통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우려와는 대조적으로 소비 심리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4월 관세 여파로 급락했던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6월 소매판매는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바클레이스의 경제학자 조너선 밀러는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당초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했지만 현재는 완만한 성장세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있지만, 정책의 신뢰성과 재정 여력이 약화되면서 회복력의 기반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며 “다음 충격이 닥쳤을 때는 지금처럼 가볍게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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