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국민연금 석탄투자 감사 청구

2025-07-22 13:00:08 게재

전략수립과정 비공개… “국제기준·연구용역 무시”

기후단체들 “불투명한 결정, 기후·건강 모두 위협”

전국 시민사회 연대체 ‘국민연금기후행동’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 투자 제한 전략 수립 과정과 내용이 모두 비공개로 절차적 투명성과 정책적 타당성이 심각하게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불투명한 결정은 기후와 국민들의 건강을 모두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석탄투자 제한전략 투명하게 공개 = 22일 오전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서울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 전략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취지를 밝혔다. 이번 청구는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전략이 어떤 절차를 거쳐 수립되었는지, 그 과정이 공공의 이해와 법적 책무에 부합했는지, 실효성 있는 전략인지에 대해 공식적인 감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을 의결한 바 있다. 2021년 ‘탈석탄 선언’ 이후 약 3년 반 만에 발표된 후속 전략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전략은 기대와 달리 실효성이 낮고 의사결정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국민 자산을 다루는 공적 기관으로 책임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연금은 전략 수립 과정에서 석탄기업 식별 기준으로 가장 완화된 ‘매출 비중 50% 이상’을 택했다. 그런데 여기에 ‘5년간 비공개 대화’, ‘국내 적용 5년 유예’ 같은 느슨한 예외 조항을 자의적으로 추가함으로써, 전체 석탄 투자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자산에는 향후 수년간 사실상 아무런 제한도 가하지 않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의뢰한 관련 연구용역에서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매출 비중 30% 이상’ 기준과 함께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성 기준 및 전환지원 방안 등이 주로 제안됐지만, 국민연금은 그중 가장 소극적이고 후퇴한 수준의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전략 수립 과정에서 관계 부처와 공기업, 해외 연기금 등과의 협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누구와 어떤 관점에서 논의했는지, 균형있는 이해관계자 참여가 보장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이에 기후행동은 “국민연금 기금위는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 책임조차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적용 5년 유예' 등 예외 조항 자의적으로 추가 = 황보은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석탄투자 중에서도 특히 국내 비중이 더 높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 대해선 2030년부터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또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조차 따르지 않은 채, 국제적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략이 어떤 검토 과정을 거쳐 결정됐는지 공개되지 않았고, 외부 이해관계자나 국민이 이를 평가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며 “이는 공공의 검증을 회피한 결정인 동시에 공공자산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국민연금이 공공성과 책임을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탈석탄 팀장은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2040 탈석탄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후금융의 석탄발전 투자제한 전략”이라며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한국전력공사,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등 기업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석탄발전소 투자로 인한 대기오염과 건강피해는 석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행동은 국민연금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구체적으로 △석탄투자 제한전략을 재검토할 것 △국민들의 보험료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금융배출량 감축과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적극적 주주활동 방안을 마련할 것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그 내용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번 공익감사 청구에는 약 400명의 국민이 서명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아울러 기후행동은 제21대 정부의 ‘공적 연기금의 책임투자 강화’ 공약을 언급하며, 정은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 탈석탄을 주도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 위기는 환경 문제를 넘어 폭염 등 기후재난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국가적 보건 위기이며, 질병·보건 전문가인 정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반드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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