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미채택 6명, 여야 합의 없이 임명강행하나
강선우·정동영·권오을 등에 국민의힘 “채택불가”
여야 합의로 보고서 채택된 건 16명 중 6명 불과
무증인·무자료 진행에 ‘청문회 유명무실화’ 비판
지난주 이재명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 16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6명에 그쳤다. 현재 강선우 여성가족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여야 합의를 통한 보고서 채택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채택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이 후보자들의 소관 상임위원장 다수를 국민의힘에서 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 수순을 밟게 될 공산이 크다. ‘야당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처음에는 ‘무자격 후보’ 낙마를 요구하며 보고서 채택을 ‘일괄 거부’했으나 이후 ‘선별 동의’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대미 관세 협상과 폭우 재난 대응 문제 등을 고려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채택되지 않은 6명에 대해서는 채택에 합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22일 “무자격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22일 현재까지 총 16명의 장관 후보자 중 현재까지 9명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이 중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6명에 불과하며 3명은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는 각각 정은경 보건복지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통과시킨 것. 앞서 지난 18일에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도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 주도로 표결 처리됐다.
지명 철회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고 현재 미채택된 6명 후보자의 소관 상임위 중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은 5곳이다. 이 위원회들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회의 자체를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정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인 정동영 통일부, 안규백 국방부, 강선우 여성가족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결국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민주당에서 맡고 있는 만큼 표결을 통한 보고서 채택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청문회가 유독 무증인 무자료의 ‘맹탕 청문회’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성호, 정은경, 김영훈, 정동영, 배경훈 후보자는 증인과 참고인 없이 청문회를 진행했고 전체 17명(국세청장 포함)의 후보자 중 증인·참고인이 채택된 경우는 12명에 그쳤다. 이 가운데 5명은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22일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윤석열정부의 초대 내각 청문회 때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증인 수가 26명, 참고인 수가 47명이었다”면서 “청문회라는 게 원래 묻고 듣는 건데 이번 청문회는 묻지 마, 대답하지 마, 증인 내보내지 마 청문회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부실하게 청문회를 한 결과 이제 겨우 1명 정도를 낙마시킨다는 건데 다른 정부 때도 보면 보통 두세명 많게는 여러명이 낙마를 했는데 이런 고집불통 오만의 결과는 결국은 국민의 지지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