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에게 넘긴 공…쏟아지는 진보진영 비판·폭로
병원·보좌진 갑질에 ‘지역구 민원 갑질’까지 겹쳐
혁신·사민·진보·정의당·시민단체 ‘자진 사퇴’ 요구
방어 나선 문진석 “사적 일 잘 해내는 보좌관 있다”
대통령실 “오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갈 것”
이재명 대통령이 ‘표절의혹’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지명철회하고 ‘보좌진 갑질’의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를 임명강행하기로 결심하면서 진보진영에서는 비판과 폭로가 이어지고 있고 여당 지도부는 엄호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 중반에 실제 임명될 때까지 또는 임명된 이후에도 폭로와 비판이 거세지고 지지율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면 자진사퇴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습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의혹의 실체가 뭐냐(의혹이 사실이냐) △해명이 국민들에게 이해가 됐느냐(제대로 해명이 됐느냐) △여론 동향은 어떠한지 등 3가지를 점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여론 동향 탓에 지명철회했다고 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는 거짓해명 논란이 불거졌고 보좌진들의 반발 등 여론 동향에서 이 후보자보다 더 나쁜 상황일 수 있는데도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우 수석의 기준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에게 의견 충분히 전달했지만 = 친명계 인사인 김영진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당사자와 인사권자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피해를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분명히 청취해 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는 의견을 충분히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임명 강행’을 결정했다. 우 수석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 강하게 작동했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는 얘기다. 민주당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소관 상임위원회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여당 여성가족위 위원들은 국민의힘 위원들이 강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 비전 전반에 대해 충분히 검증할 기회를 가졌던 점 등을 들어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오랫동안 비어있던 여성가족부 장관후보자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SBS라디오에 나와 “강선우 후보는 보좌진 갑질이라는 이런 의혹이 있긴 하지만 또 그렇지 않다는 보좌진의 증언도 있었고 본인에 대해서 충분히 사과도 했고 그리고 가족학 박사학위라는 전문성도 좀 고민한 것 같다”며 “강선우 후보가 또 개인적으로 발달장애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정책 공감 능력이 있다고 이렇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좌진 중에서도 열심히 그런 (사적인) 일을 하면서도 불만이 없이 또 이렇게 잘 해내는 의원 보좌진도 있고 또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 보좌진도 있다”며 “국회의원들도 가끔 사적인 심부름은 아무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 지도부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의 ‘임명 강행’ 결정 이후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당사자가 해명을 했고 그 해명과 관련된 여론조사 추이를 종합해 여야 원내대표들의 의견도 직접 대통령께서 수렴하셨다”며 “강선우 의원 같은 경우 전문성과 자질과 관련된 문제의 소지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지는 후폭풍 = 하지만 조국혁신당 뿐만 아니라 진보당, 사회민주당, 정의당에서는 강선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여연 등 여성단체도 줄줄이 ‘강선우 사퇴’에 방점을 찍은 성명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보좌진들은 익명게시판에 ‘갑질 의원을 선택하고 쓰레기 보좌진을 버렸다’는 취지의 비판 글을 쏟아냈다.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문재인정부)은 강 후보자의 ‘지역구 민원 갑질’을 폭로했다. 그는 강 후보자가 초선시절 지역구의 민원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자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버렸다”며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을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갑질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 코로나때 무단으로 병원에 들어가려고 소리친 병원 갑질, 보좌진 갑질에 이어 ‘지역구 민원 갑질’까지 겹친 셈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강 후보자의 결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의 강력한 권고로 ‘임명’쪽의 입장을 냈기 때문에 강 후보자에게 공이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 수석은 “(강 후보자의 거취를) 단정적으로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결국은 이제 마지막에는 국민들의 여론이 정말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겠다”고 했다. 전날 “역풍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인사 문제는 본인이 책임지고 나가야 될 문제다. 대통령께서도 국민에게, 야당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서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인사권자의 깊은 고민이 같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조금 더 기다려보고 살펴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며 “사실 국민정서에 있어서 고민되는 부분은 갑을관계에 의한 관계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인사 관련 브리핑 과정에서 “오늘 아마 여가부 장관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갈 것”이라고 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며 기간 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