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격노 위증’ 김계환 구속 갈림길

2025-07-22 13:00:38 게재

해병특검 ‘시험대’… 군사법원·국회 거짓증언 혐의

‘임성근 구명로비’ 개신교 수사, 압수물 분석후 소환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이종섭 “이첩보류지시는 적법”

윤석열 정권 당시 대통령실로부터 채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한 ‘VIP 격노’를 전달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지난 2일 정식 출범한 순직해병특검(이명현 특별검사)이 수사외압 의혹의 시발점이 된 VIP 격노설 실체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한 끝에 처음 신병확보에 나선 사안이어서 영장 발부 여부가 그간 특검 수사의 성과를 가늠하는 1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김계환 전 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김 전 사령관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순직해병특검은 모해위증,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8일 김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해당 의혹에 연루된 주요 인사 중 특검의 첫 신병 확보 시도다.

◆김계환, 수사외압 의혹 규명의 ‘키맨’ =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 당시 해병대 최고 지휘관으로, 채상병 사건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다.

수사외압의 발단이 된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처음으로 전달해준 것으로 지목돼 의혹 규명의 ‘키맨’ 가운데 한 명으로 언급돼왔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그간 군사법원과 국회 등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군사법원에서 거짓 증언을 해 고의로 박 대령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는 점에서 모해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해 2월 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 없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6월 국회 청문회에서도 VIP 격노설을 부인한 바 있다.

박 대령은 당시 김 전 사령관이 오후 5시께 자신을 사령관 집무실로 불러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전해줬다고 밝혔지만, 김 전 사령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 7일과 17일 두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박 대령에게 ‘VIP 격노설’을 전달한 적 없다는 기존 진술을 유지했으나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것은 사실이라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당시 회의에 배석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비롯해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이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명로비 의혹 수사 본격화 = 이와 함께 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 대한 개신교계의 구명로비 의혹 압수물 분석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정민영 순직해병특검팀 특별검사보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순직해병특검법에선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 대상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금요일(18일) 피의자 임성근 및 관련 참고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지난 18일 압수수색 한 주요 대상지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이영훈 목사, 극동방송과 김장환 목사,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자택 및 사무실, 임 전 사단장 자택 등이다.

임 전 사단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인물들이 그의 구명을 위해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 부부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고,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교계 인사들이 대통령실 사이에서 임 전 사단장 측을 연결하려 한 점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특검보는 “(구명 관련) 연락이 오고 간 것 아닌지 정황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압수물 분석이 진행된 다음 소환조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영훈 목사측은 변호인을 통해 “순직해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청탁 등 어떠한 언급도 한 일이 없고, 목회자나 기타 어떤 분에게도 이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탁한 일도 없으며, 관련자나 교인 누구로부터도 기도 부탁을 받은 일조차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 윤과 공모 부인 = 한편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측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임 전 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지도 않았고 제외하라고 지시한 바도 없으며, 이첩 보류 지시를 한 것은 자신이며 적법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이 지난 10일 진행한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이 최근 특검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특검팀은 당일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 윤석열, 피의자 이종섭 등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할 것 등을 공모했다”고 적었다.

특검팀은 이어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수차례 전화해 피혐의자 등을 빼라고 요구했고,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장관의 지시를 이행할 것을 지시했으며 김 전 사령관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은 의견서에 첨부된 당시 압수수색영장 내용을 21일 공개하며 “피의자(이 전 장관)는 임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대통령은 물론 그 누구로부터 들은 사실도 없고 그 누구에게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장관 권한에 따른 적법한 행위이고 대통령의 말씀은 그저 참고가 되는 고려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이 전화해 군 조직을 걱정하는 ‘우려’를 표명한 기억은 피의자에게 남아 있다”고 전했다.

또 “무엇보다 국방부조사본부가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할 당시 임성근 사단장 역시 경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우려’가 사단장 빼라는 지시고 공모에 해당한다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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