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시한 앞두고 ‘굿캅-배드캅’ 동시가동
베센트 재무장관 “서두르지 않는다”
러트닉 상무장관 “연기나 예외없다”
트럼프행정부가 8월 1일 상호관세 적용 시한을 앞두고 ‘굿캅-배드캅(Good Cop–Bad Cop)’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고율관세 부과의 불가피성을 강하게 천명하며 배드캅 역할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협상의 유연성과 질을 강조하며 굿캅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역할분담을 통해 최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형적 협상 전술이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8월 1일은 확정된 마감일이며 연기나 예외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는 25%, 유럽연합(EU)에는 3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며, 베트남은 20%, 인도네시아는 19% 수준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다”고 구체적 수치까지 밝혔다. 아울러 “경제규모가 큰 국가는 시장을 개방하거나 미국에 공정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더 높은 세율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러트닉은 “8월 1일부터 새 관세가 시행되며 이는 더는 미룰 수 없는 확고한 시점”이라며 “미국 소비자와 거래하고 싶은 국가는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마지막 경고를 보낸 것으로 미국이 절대적인 협상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신호다.
반면 베센트 재무장관은 하루 뒤인 21일 CNBC 인터뷰에서 유연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우리는 타이밍보다 무역합의의 질에 더 관심이 있다”면서 “8월 1일 이전에 억지로 합의를 이끌어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5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출하며 협상에 성의를 보였고 결국 환상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소개하며 협상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U와의 협상에 대해 베센트는 “미국은 EU와의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으며 관세 부담은 EU에 더 클 것”이라면서도 “EU가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트닉이 던진 압박 메시지를 보완하면서도 실질적 합의를 위한 유화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중국을 향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제재대상인 러시아와 이란의 석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문제는 차기 미중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최대 100%의 2차 관세를 부과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럽 동맹국들에게도 이 조치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유럽을 협상 테이블에 묶어두려는 포석이다.
또한 “중국이 과잉 생산한 제품들이 유럽 캐나다 호주 글로벌사우스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중국은 수출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 중심의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문제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띈다. 두 장관 모두 연방준비제도(Fed)를 직접 겨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에 힘을 실었다. 러트닉은 파월 의장을 “미국을 괴롭히는 사람”이라고 비난했고, 베센트는 “연준이 과연 성공적인 기관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 정책 운영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 같은 트럼프행정부의 ‘굿캅-배드캅’ 전략은 강경한 압박과 절제된 유화 메시지를 교차로 배치해 협상 대상국들의 심리적 균형을 흔들고 있다. 특히 미국이 설정한 8월 1일이라는 확정적 시한은 시간을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이후에도 협상 문은 열어두는 이중 메시지의 중심축으로 풀이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