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애플 등 M7 쏠림 경고등
매그니피센트 7, S&P 493 종목 실적 발표 본격화 … 18개월 후 성장우위 상실?
최근 3개월간 미국 증시는 소수 대형 기술주의 질주에 힘입어 반등세를 이어갔다. 이른바 M7이 S&P500 시가총액의 31%를 차지하며 지수 상승을 사실상 주도한 것이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에 가까운 비중으로,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과도한 낙관론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렌미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투자책임자는 “이번 분기 실적은 견조하겠지만, 과거처럼 눈부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몇 분기 동안 이들 빅테크의 연간 이익 증가율은 정체되거나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 왔고, 이러한 흐름은 2025년과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경우 2023년과 2024년 초의 이익 증가율이 워낙 압도적인 나머지 일반적인 비교선상에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그래프에서 제외했다. 테슬라도 실적 변동성이 워낙 커 예외로 분류됐다.
이 같은 성장 둔화는 시장에 불길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2년간 투자자들은 이른바 ‘좋은’ 실적이 아닌 ‘경이적인’ 실적을 원해왔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는 매정하게 주가로 응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해 주가 흐름을 보면 분기별 주당순이익(EPS)이 월가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8% 이상 초과달성한 경우에만 주가가 반응했고, 그 외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처럼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이 높은 시장에서 고평가 종목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SLC캐피털매니지먼트의 데크 멀라키는 “이익 증가율 둔화는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정상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매그니피센트 7이 S&P500 내 다른 종목들보다 높은 이익 성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8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는 성장세 둔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이 흐름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시장은 M7의 성장률 둔화를 예상하는 동시에 나머지 S&P493 종목들의 이익 성장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7은 연평균 10% 초반대의 성장률을 이어가다가 2027년 다시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찰스슈왑의 케빈 고든은 “이번 사이클의 긍정적인 면은, 과거에는 빅테크가 둔화할 때 나머지도 함께 침체에 빠졌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시장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된다면, 2022년 약세장을 반복하지 않고 양호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빅테크의 버팀목이 유지되는 동안 시장의 ‘폭넓은 반등’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자사 보고서를 통해 “현재 헤지펀드들의 투자 레버리지가 수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이며, ‘M7’이 미국 증시 수익 노출의 약 16.5%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술주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기술 트레이더들은 반도체 섹터가 현재 AI 투자 열풍의 중심에 있으며, 기관투자자부터 헤지펀드, 개인투자자까지 전방위적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