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외면 받은 소형주, 반등 시작될까

2025-07-23 13:00:01 게재

10년간 부진했던 소형주

저평가 매력 초과수익 기대

지난 10여년간 미국 증시는 거대 기술주 중심으로 재편돼왔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초대형주(mega-cap)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형주는 외면받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여온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유진 파마(Eugene Fama)와 케네스 프렌치(Kenneth French)가 제시한 3요인 모형(Fama-French Three-Factor Model)은 이를 뒷받침한다. 해당 논문은 시장 요인(Market), 기업 규모(Size), 가치(Value)를 기준으로 초과수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하며, 그 중 소형주 요인은 지속적으로 양(+)의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2014년 이후 S&P500이 연평균 13.2% 상승한 반면, Russell 2000 소형주 지수는 고작 7.2%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소형주의 연환산 수익률은 대형주 대비 7.3%포인트나 낮았다. 이는 193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자금 흐름도 이를 반영한다. 올해 들어 대형주에 1496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반면, 소형주 관련 ETF에서는 120억달러 이상이 유출됐다. 소형주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만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형 기술주가 주가수익비율(PER) 30.4배에 거래되는 반면, Russell 2000 소형주는 18.3배에 불과하다. 순자산 기준으로도 대형주는 8배, 소형주는 2배 수준이다. 이는 소형주가 “1층짜리 집에서 떨어지는 정도”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의 경험도 희망을 준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S&P500이 3년간 37.6% 하락하는 동안, Russell 2000은 21% 하락에 그쳤고, S&P SmallCap 600은 오히려 1.7% 상승했다. 이번에도 AI 기대가 꺾이거나, 대형 기술주들이 실적 부진을 보이면 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매출 비중이 낮은 소형주는 무역전쟁 등 외부 리스크에 덜 노출된다. S&P500이 평균 28%의 해외 매출을 올리는 반면, 소형주는 평균 20%에 그친다. 관세 정책이 확대되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다.

다만 투자 시 유의할 점도 있다. 소형주는 일반적으로 대형주보다 높은 부채비율을 갖고 있다. 경기 둔화 국면이나 금리 상승 시 타격이 클 수 있다. 또 규모가 작은 만큼 변동성도 크고, 개별 리스크에도 취약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소형주의 마진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장기적으로는 파마-프렌치 모형이 말하는 ‘소형주 프리미엄’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현 시점은 밸류에이션, 투자심리, 과거 성과 측면에서 소형주에 매력적인 진입 구간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부채비율과 정책 리스크는 여전히 주요 변수다.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의 5~10% 정도를 소형주에 배분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