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부정선거 망령 집단을 어찌할까나

2025-07-23 13:00:07 게재

재미교포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이 5박6일 방한일정을 마치고 19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리버티대학 교수로, 민간단체 ‘국제선거감시단’ 활동을 해온 그는 14일 입국 극우단체가 주관한 각종 행사를 돌아다니며 중국 공산당의 6.3대선 개입 등 황당한 주장들을 펼쳤다. 그의 주장은 허무맹랑했지만 행사 참석자들은 “모스 탄” “유에스에이(USA)” “부정선거 당선 무효” 등의 연호로 호응하며 열광했다.

그는 수감 중인 내란 피의자 윤석열과의 만남이 내란특검팀의 접견 금지로 무산되자 편지를 주고받으며 윤석열을 ‘국가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일반국민 눈에는 턱도 없는 행태다. 혹 다른 선거였다면 몰라도 6.3 대선은 그 결과가 너무 뻔했다. 중국 공산당이 바보 집단이 아닌 한 굳이 한국 대선에 개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모스 탄의 방한 활동은 윤석열의 망상을 부추기고 부정선거론자들에게는 헛된 기대를 주었을지 모르나 일반 국민들로서는 부정선거론의 허구와 망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 대표적 부정선거론자인 전한길씨의 전격적인 국민의힘 입당도 모스 탄의 방한에 힘입었을 테지만 갈 길 바쁜 국민의힘에 또 하나의 악재일 뿐이다.

극우세력의 계속되는 부정선거론

극우세력의 부정선거음모론에는 중국 개입론과 함께 또 하나의 축이 있다. 바로 한국산 전자투표시스템이 개발도상국에 수출돼 부정선거를 퍼뜨린다는 주장이다. 이 음모론 역시 처음부터 근거가 희박했으나 최근 들어 그 허구성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 언론에는 거의 보도가 안 되었지만 5월 12일의 필리핀 중간선거는 한국 기업이 수출한 전자투표시스템으로 치러졌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6년 임기 반환점에 실시되는 선거로 상원의원 24석 중 절반인 12명, 하원의원 316명 전체와 주지사 82명 등 지방정부 선출직을 뽑은 대규모 선거였다.

필리핀은 76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데다 주요정당이 10여개나 되는 다당제 국가여서 투개표 등 선거관리가 매우 어렵다. 이런 대규모 선거에 사용된 전자투표시스템이 대한민국의 미루시스템즈(대표 정진복) 제품이다. 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저개발 국가들에 부정선거 시스템을 수출한다고 국내외의 비난을 받아온 바로 그 회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동안 필리핀에 전자투표시스템을 제공해왔던 다국적 기업 ‘스마트매틱(Smartmatic)’이 이전 선거에서 필리핀 선관위원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입찰에서 배제되면서 기회가 왔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는 않았다. 선거감시단체와 경쟁업체들이 미루시스템즈가 이라크와 콩고민주공화국 키르기스스탄 등에 수출한 전자투표기의 부정선거 논란 언론보도를 앞세워 파상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 선관위원회(Comelec)의 최종 선택은 미루시스템즈였다.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표기를 도입해 사용해오고 있는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해명해준 덕분이었다.

이라크와 콩고민주공화국 키르기스스탄 등은 2018년부터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해 전국 단위 대규모 선거에 사용해오고 있다. 정권 교체 후에도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표기를 그대로 사용해 선거를 치른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독립선거위원회(CENI)’는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개표 장치 등 장비에 대한 만족을 표명하는 인증서를 발급해줬다. 이라크의 알 수다니 총리도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표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확인서를 써주었다.

가짜뉴스에 시달리는 전자투표시스템 업체

미루시스템즈는 지난해 3월 필리핀 당국과 2025년 중간선거를 위한 자동선거시스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179억8000여만페소, 한화 약 4300억여원에 달하는 대형계약이었다. 5월의 투개표 과정도 일부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을 뿐 스마트매틱사보다 원활하게 선거를 치러냄으로써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미루시스템즈는 11월 11일 치러지는 이라크 총선에는 업데이트된 전자투표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루시스템즈 측은 최근 5년간 올린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데 포상은커녕 부정선거를 수출한다는 가짜뉴스와 악의적 보도로 발목을 잡는다고 한숨이다.

이계성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